시진핑의 정책 의제 분석: 텍스트-데이터 접근
- 등록일
2025-04-30
“시진핑의 정책 의제 분석: 텍스트-데이터 접근”
“Uncovering Xi Jinping's Policy Agenda: Text As Data Approach”
저자 |
Jaehwan Lim, Asei Ito, Hongyong Zh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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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일본 무역진흥공사(JET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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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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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25년 3월, 일본 무역진흥공사(JETRO) 산하의 『Developing Economies』에 게재된 논문 「시진핑의 정책 의제 분석: 텍스트-데이터 접근(Uncovering Xi Jinping's Policy Agenda: Text As Data Approach)」은, 시진핑 집권기(2012~2022년)를 대상으로 그의 주요 정치 텍스트 약 9,000건을 계량적으로 분석한 연구이다.
글은 비지도 기계학습 기법인 구조적 주제모형(Structural Topic Model, STM)을 활용하여, 시진핑 체제의 정책 담론 전반을 실증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는 기존의 엘리트 정치연구가 특정 시기나 정책에 한정된 분석을 주로 수행해 온 데 비해, 장기 집권 하의 권위주의적 의제 설정 구조를 총체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방법론적, 이론적 의의를 동시에 지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진핑은 외교, 내정, 이념, 위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25개에 달하는 주요 정책 의제를 추진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특히 ‘중국과 개발도상국 관계’, ‘일대일로(BRI)’, ‘군사 현대화’, ‘빈곤 완화’, ‘코로나19 대응’ 등이 중심 의제로 부각되었으며, 전체 담론은 외교정책, 국내정책, 위기대응이라는 세 가지 느슨한 클러스터로 구조화되어 있었다. 이러한 클러스터 간에는 주제의 연계 강도나 시진핑이라는 키워드의 언급 빈도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으며, 이로부터 시진핑이 특정 시기에 어떠한 의제에 집중하였는지를 계량적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특히 시진핑 1기(2012~2017년)와 2기(2017~2022년) 사이의 정책 관심사 변화는 정치적 권력 구조의 전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1기에는 제도 개혁과 반부패, 실용적 외교협력 등이 주요 관심사였던 반면, 2기 들어서는 이념적 통치 강화, 청년 대상 정치담론의 활성화, 코로나19 이후 체제 우월성 강조 등의 이슈가 부각되었다. 실행 전략에서도 과거의 제도 중심 접근이 퇴조하고, 당에 대한 충성, 시진핑 개인의 상징성 강조, 이념 강화를 통해 정당성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으며, 이는 시진핑 개인 권위의 제도 초월적 강화와 직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책 의제 간의 상호 구조 역시 흥미로운 특징을 드러낸다. ‘중국과 개발도상국’ 관련 의제는 전체 담론에서 높은 등장 빈도를 보였지만, 다른 의제들과의 연결성은 낮아 독립적이고 상징적인 클러스터로 작동하고 있었다. 반면,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세계 경제와 거버넌스’, ‘문화와 문명’ 등의 의제는 여러 분야와 교차하며 시진핑 체제의 핵심 이데올로기 담론을 구성하는 중심 개념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이는 시진핑 체제의 통치 담론이 이념적 통합과 대외 정당화의 이중 목적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논문은 끝으로, 권위주의 정치체제에서 권력 집중이 정책 의제의 구조와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론적으로 조명한다. 시진핑은 당-국가 체계를 장악한 이후, 제도적 합의나 공식 절차보다 개인 권위와 상징정치를 통해 정책을 구성·조정하고 있으며, 이는 정책 결과 자체보다 정치적 정당성 유지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구조임을 시사한다. 특히 정책 간 연계성보다는 주제의 양적 구성과 시간적 변화를 통해, 통치자 자신을 ‘정치적 메시지’의 중심으로 재정립해나가는 전략이 확인되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방대한 정치 텍스트 자료를 바탕으로 시진핑 집권기의 정책 의제를 정량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중국 정치 내 권위주의적 의제 설정 방식과 그 변화 양상을 실증적으로 규명하였다. 동시에 향후 중국 정치 연구에 있어 텍스트 기반의 계량적 접근이 갖는 방법론적 가능성과 이론적 확장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