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 2025의 진화
- 등록일
2025-06-25
“중국 제조업 2025의 진화”
“Beyond Made in China 2025 – China’s dream of broad-based industrial greatness”
저자 |
Max J. Zengle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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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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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년 6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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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가 6월 4일 발표한 「Beyond Made in China 2025 – China’s dream of broad-based industrial greatness」는 중국의 산업정책이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이하 MIC25)를 넘어 전면적 산업패권 전략으로 진화한 과정을 분석하고, 그 경제적·지정학적 함의를 다각도로 조망하고 있다.
2015년 중국은 ‘중국제조 2025’이라는 산업전략을 발표하며, 저비용 제조기지에서 첨단기술 중심의 산업강국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초기에는 열 가지 핵심 산업 분야—철도장비, 전기차, 전력설비, 첨단 IT, 바이오의약품, 고성능 의료기기, 항공·우주, 신소재 등—에 집중되었으며, 이 전략은 이후 10년간 중국의 기술역량 제고를 주도해왔다.
이 기간에 중국은 철도, 전기차, 전력설비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고급 반도체, 항공, 바이오의료기기 등 고난도 영역에서는 여전히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MIC25는 광범위한 기술혁신 붐을 촉진하여, 수입 의존도를 현저히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MERICS 무역의존도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 또는 EU로부터 주로 수입하던 품목 수는 2000년 351개에서 2022년 177개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과 EU가 중국에 의존하게 된 품목은 953개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 내 ‘병목지점(choke point)’을 통제하는 국가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MIC25는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국가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비록 공식 문서에서 ‘MIC25’라는 용어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 핵심 산업군은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 그대로 포함되어 있으며, 중국의 전략적 경제안보 정책의 기반이 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공급망 재편과 자립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중국은 오히려 기존 글로벌 제조 경쟁력 유지·강화를 노골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현대 중국의 산업정책은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반의 생산력 강화와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되었다. 중국 정부는 5G, 인공지능(AI), 녹색기술을 단일한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간주하고 이를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시키고 있다. 운영체제, 통신기기, 친환경기술, 신소재, 바이오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진보는 생산성·품질·안보 역량 향상에 기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시진핑 정부가 강조하는 ‘중국식 현대화’ 구상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2023년 이후 ‘신생산력(new productive forces)’이라는 개념을 통해 재구성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20기 3중전회(2024년)는 AI, 신소재, 양자기술 등 혁신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국가 경제 장기전략의 핵심 과제로 명시하였다.
중국의 산업정책은 이제 ‘수평적 정책(horizontal policy)’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는 산업 간 융합과 범용기술의 파급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도 제조 역량을 갖춘 전방위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중소기업 및 혁신 기업도 동시에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MIC25 시기부터 시작된 ‘리틀 자이언츠(Little Giants)’ 프로그램을 통해 15,000개 이상의 고기술 중소기업이 육성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주도형 산업기술 진흥전략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동시에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라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중국의 산업 성장 전략은 소비 중심 성장으로의 전환을 미룬 채 제조업 중심 구도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중산층의 소비심리 위축과 가계의 미래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내수 진작 효과는 미미하고, 경제 전반에 구조적 긴장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로서는 소비 중심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국가 노선을 유지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내적으로는 중산층 불만과 계층 간 격차, 외적으로는 선진국과의 무역 불균형과 기술패권 경쟁 심화라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결국 MIC25가 촉발한 성장 모델은 지금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으며, 중국의 산업전략은 이제 성과뿐 아니라 지속가능성도 검증받아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