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국력 격차가 서서히 좁혀지고 있는 장기 추세 속에서 앞으로 5년은 향후 미중관계의 전개에 있어 의미 있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시진핑이라는 개성 넘치는 포퓰리스트적 지도자들의 리더십 하에 초미의 현안으로 부상한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과 아울러 무역 불균형, 아시아 지역 세력균형 등 양국간 쟁점 이슈 관련 이익 조정을 위한 협상이 앞으로 5년간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기치로 내건 트럼프는 대외영향력 확대보다 성장 제고, 일자리 창출 등 대내 경제문제를 중시한다. 반면 시진핑은 ‘신창타이 전환’으로 요약되는 대내 어젠다 만큼이나 미국의 포위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대외영향력 확장을 중시하고 경제문제에서는 성장률 수치보다 성장의 질적 내용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두 지도자들의 정책 우선순위를 고려할 때, 트럼프는 자신의 준거계층인 백인근로자들이 환영할 만한 통상 면의 경제적 실리를 취하고,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경제적 실리를 허용하는 대신 일대일로 프로젝트, 영토분쟁 문제 등에서 미국의 이해와 협조를 받아내는 구도로 주고받기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겉보기와 달리 두 지도자의 대외정책 어젠다가 양국 기존정부의 정책 추세의 연장선 상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주고받기의 결과는 후임자들에 의해서도 계승되어 장기적인 미중관계를 규정하는 대외정책 프레임의 중요한 일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관계 재정립은 양국간 교역, 투자, 환율 등 경제변수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동아시아 세력균형과 한반도 지정학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통상 영역에서 미국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대중수출 확대 이외에 반덤핑 등 각종 무역구제 조치와 양국 통화간 환율 조정, 통상법 ‘301조’ 같은 행정명령 등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하여 대중수입 억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제품이나 기업과의 관계양상에 따라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 등 간접적 타격을 입거나 대미 수출 증가를 통해 반사적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다.
미국의 일자리 보호주의와 외국인 투자를 제약하는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관행을 고려할 때 미중 간 투자협정(BIT)이 조기에 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중국의 서비스업 개방 확대가 미중 간 상호 투자 확대의 관건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외영향력 확대는 영토분쟁 지역에 대한 지배력 확장 이외에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 RCEP 등 다자간 지역 경제협력 틀 마련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다. 일대일로나 다자간 경협 프로그램은 최대 수혜 지역인 ASEAN의 ‘중화경제권’으로의 편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목 차 >
1. 향후 5년이 중요한 이유
2. 미중관계의 흐름
3. 트럼프 및 미국 어젠다
4. 시진핑 및 중국 어젠다
5. 미중관계의 새로운 구도
6. 미중관계 재정립의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