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미중관계 전개에 따른 한국의 대응과제와 국회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이다. 중국의 부상은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 추진에 있어서 중요한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누렸던 단극적 질서는 이제 서서히 미중 양강(兩强)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현 국제질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설정하는가에 따라 글로벌 차원의 정치는 물론 동아시아 안보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제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오랜 이론적 논쟁에서 현실주의는 강대국 정치를 설명하는 중심적인 유용한 틀로 자리 잡았다. 고전적 현실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구조적 현실주의, 혹은 신현실주의는 국제정치가 본질적으로 권력투쟁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이 원인을 인간의 본성으로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구조 현실주의에서는 안보 경쟁과 국가 간 갈등의 원인을 국가 이상의 권위 부재로 본다. 구조 현실주의의 대표적 학자인 케네스 월츠는 국제체제 내 특정 시점에서 주요 행위자 간 힘(power)의 분배상황이 국제질서의 구조와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입각해 보면, 중국의 부상은 미중 간 힘의 관계를 변화시켜 국제체제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구조주의적 현실주의에 의하면 국제체제의 구조가 변하면 국제정치의 규칙(rule)도 변하기 마련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 주도로 설정해 놓은 국제관계의 규칙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반면, 중국은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를 벗어나 자국에 유리한 새로운 규칙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중 간의 군사적 경쟁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직접적 군사충돌 가능성은 매우 낮을 전망이지만 그 이외에 경제, 통상 분야나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거버넌스와 제도를 둘러싸고 미중 간의 규범, 제도 경쟁은 가속화될 것이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책임 있는 이해상관자(responsible stakeholder)’라는 개념으로 규정했다. 즉, 중국이 현 국제질서에서 일정한 지분을 갖는 중요한 행위자라는 점을 인정하는 대신, 중국이 강대국으로서 책임 있게 행동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인식은 오바마 행정부까지 대체로 중국이 적절히 건설적인 역할을 맡아 주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인식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강경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간한 첫 국가안보전략보고서(이하
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 Report)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국가전략이다. 그리고 그 기본 철학으로는 원칙 있는 현실주의(principledrealism)를 제시했다. 동 보고서에 의하면 역사의 변함없는 연속성은 결국 힘을 위한 대결(contest for power)이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이 직면한 세 가지 종류의 도전을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첫째, 중국, 러시아 같은 현상타파 세력, 둘째, 이란, 북한 등 불량국가들, 셋째, 지하드 테러조직으로 대표되는 초국가적 위협이 그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국가 대 국가의 투쟁을 당연시하는 다분히 홉스적(Hobbesian) 국제관계 시각에 입각해 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미국은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로 보고 압박하는 태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 또한 시진핑 시대 들어서 매우 적극적인 대외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2017년 10월 18일부터 개막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업무보고를 통해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으로 표현되는 자신의 국정철학을 천명했다. 시진핑 주석은 당대회 보고를 통해 집권 2기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샤오캉(小康) 사회의 전면 실현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적극 분발하여 성과를 이루어 내겠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로 대외정책기조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두개의 백년’이 완성되는 2049년까지 치욕의 세기를 설욕하고 경제, 군사, 그리고 정치적으로 미국을 추월해 글로벌 리더가 되고자 열망하고 있다. 미중 양 강대국의 전략은 최근에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이라는 거대전략 간 충돌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목 차>
Ⅰ. 서론
Ⅱ. 미국과 중국:인식론적 분석
Ⅲ. 미중관계의 유형화와 범주
Ⅳ. 한국의 대응과 대한민국 국회의 역할
Ⅴ. 결 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