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년 7 월 8 일 한국 내 사드(THAAD) 배치 발표 이후 불어 닥친 중국의 반(反) 한류 움직임은 출판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선 동년 10 월 말부터 중국에서 발간 예정이었던 한국 번역서의 CIP (CatalogingIn Publication, 출판예정도서목록) 번호 발급이 잠정 중단되었다. 그 후로는 각 출판사가 ISBN (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 획득을 위해 연도별, 분기별로 공산당 선전부 산하 국가신문출판총서(國家新聞出版總署)에 제출하는 출판계획서에서 아예 한국 번역서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CIP 는 출판사가 책을 내기 전, 국가신문출판총서에 신청해 획득하는 출판데이터베이스의 고유번호다. 한국에서는 국제표준도서번호인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만 뒤표지에 인쇄해도 책을 유통, 판매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ISBN, CIP 번호가 모두 필수다. 아울러 한국에서는 ISBN 을 누구든 신청만 하면 발급해주지만, 중국에서는 엄격한 사전 심사를 거쳐 오직 467 곳의 국영출판사에만 발급해준다. 따라서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를 출판하는 2000 여 곳의 민영출판사는 어쩔 수 없이 일정한 '관리비'를 국영출판사에 지불하고 그들 소유의 ISBN 을 대여,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곧 중국 당국이 ISBN 과 CIP 번호 발급을 통해 국영과 민영을 막론하고 출판계 전체를 통제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따라서 한국 번역서의 CIP 번호 발급 중단은 당장 인쇄를 앞두고 있던 한국 번역서의 출판을 중국 당국이 인위적으로 금지했음을 뜻했으며, 나아가 향후 중국 출판사들의 한국 도서 저작권 도입이 전면 중단될 것임을 예고했다. 물론 이 조치는 중국 당국의 공식 지침으로 출판계에 하달되지는 않았다. 이와 유사한 전례들을 보면 중국 당국은 결코 가시적인 통지문이나 대외 발표로 이런 조치를 실행하지는 않는다. 출판계실무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주의와 자제를 당부하는 식으로 분위기만 조성하면 공식적인 조치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때를 기점으로 중국 출판사들은 당장 한국 도서 저작권 수입을 중단했고 주로 저작권 교류회와 도서전 형태로 이뤄지던 한중 출판계의 연례 교류까지 줄줄이 취소되었다.
이처럼 2016 년 말부터 본격화된 중국 출판계의 ‘한한령’ 국면은 2017 년과 2018 년에 가장 엄혹해져서, 한국 도서 저작권의 대중 수출 실적은 2016 년 1024 종에서 2018 년 120 종으로 무려 88.3%나 감소하고 말았다. 비록 2019 년에 404 종으로 실적이 다소 개선되었고 특히 2019 년 9 월 조영주 작가의 『82 년생 김지영』이 짧게나마 중국 소설 분야 신간 베스트셀러 1 위에 오르면서 한한령 전면 해제의 기대가 커지긴했지만 2021 년 현재까지도 원상회복이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본 리포트에서는 이처럼 2016 년 말에서 현재까지 5 년간 전개되어 온 한한령 국면을 전후로 한 중국 출판계의 한국 도서 현황에 대해 개괄적이지만 비교적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해보려 한다. 개괄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역시 중국 시장 특유의 제한적이고 불확실한 정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한계 내에서도 최대한 국가판권국과 인터넷서점 당당망(當當網)의 자료를 동원하여 해당 기간 중국 출판시장에서 한국 도서가 거둔 구체적인 실적을 정리, 제시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동시에 오늘날 중국 출판계의 해외 도서 저작권 수입 프로세스와 한국 도서 저작권의 중국 수출 경로를 점검하고 마지막으로 한한령 해제 이후를 대비해 한국 도서 저작권의 중국 수출 확대 방안까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목 차>
1. 서론
2. 한한령 전후 한국 도서 저작권의 중국 진출 현황
3. 중국 출판사의 해외 도서 저작권 수입
4. 한국 도서 저작권의 중국 수출 확대 방안
5.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