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전략 경쟁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의제를 둘러싸고 더욱 치열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만해협은 현재 미·중 전략 경쟁의 구조화 추세 속에 경쟁과 대립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는 신냉전의 균열선(fault line)이자 가장 우려스러운 열전의 인화점(flashpoint)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미국은 그동안 대만 문제에 있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현상 유지(status quo)에 주력해 왔다.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중국의 비평화적 통일 추구와 대만의 일방적 독립 선언 가능성을 모두 억제하며 대만해협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둔 입장이다.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를 관리하는 동안 중국인민해방군(이하 “중국군”)은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해 왔고, 대만의 독립 선언을 막기 위해 무력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시켜 왔다. 이제 양안 간의 군사적 균형은 중국에 기울어 있는 상황이고, 심지어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일 경우 미국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이 중국에 비해 압도적 힘의 우위를 점하고 미중관계가 협력적이었을 때는 대만해협의 안보 위기가 잘 관리되었으나, 중국의 국력이 점점 부강해지고 미중관계가 갈등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만해협에서의 충돌 가능성은 통제하기가 어려워졌다.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후의 상황에서는 군사적 침공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의 시진핑(习近平) 체제는 민족주의 정서와 경제사회적 문제 등 내부 압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실무적으로는 다소 타협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외교적으로는 미국과 대등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가 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선 기간 중 더욱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도모하게 만들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과 기술전쟁 외에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의 흔들기도 시도했다. 또한 「대만여행법(Taiwan Travel Act)」, 「타이베이 법안(The Taipei Act)」 등을 제정함으로써 중국이 대만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무력으로 위협하는 것을 방지했다...
<목 차>
1. 머리말
2. 대만해협 안보 위기의 현황
3. 대만의 전략적 가치 상승과 미국 편승 전략
4. 양안의 군사적 비대칭성과 시진핑 체제의 대만 정책
5. 양안 시나리오와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2.0
6. 대만해협의 위기가 한반도에 갖는 시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