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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절상 가능성과 한국경제

  • 저자

    박현정

  • 출처

    LG경제연구원

  • 발행일

    2003/07/21

  • 등록일

    2003-07-21

안정적 환율운용을 바라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하면 위안화는 단기적으로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절상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안화가 절상된다면 우리 수출과 성장엔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위안화 절상되나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여부가 국제적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해 연말 이후 일본 정부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까지 이에 가세해 위안화 절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중국에게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의 예를 따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당시 엔화 가치는 1985년 9월에서 86년 9월까지 1년 동안 53%, 3년이 조금 지난 88년 12월까지는 무려 92% 상승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의 위안화도 크게 저평가되어 있으며 과거 엔화의 경우처럼 대폭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위안화 저평가 정도 크지 않아 지난 수년간 중국의 국제수지 상황을 살펴보면, 위안화는 확실히 저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은 막대한 무역수지(상품수지) 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에 힘입어 지속적인 국제수지 흑자(준비자산 증가)를 기록해 왔고, 특히 2001년과 2002년에는 자본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국제수지 흑자 규모가 급증했다(<표 1>). 국제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중국으로 유입된 달러가 유출된 달러보다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만약 중국 정부가 달러를 구매해 외환보유액을 늘리지 않았다면 위안화의 가치는 당연히 절상되었을 것이다. 더구나 2002년 초 이래 달러가 약세 행진을 계속함에 따라 달러에 고정되어 있는 위안화도 미국 외의 다른 교역상대국들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국제수지 흑자 및 외환보유액의 증가 속도가 지난 해 초 이후 급속히 빨라진 것은 이러한 위안화 약세에 힘입은 바가 클 것이다(<그림 1>). 그렇다면 위안화는 얼마나 많이 저평가되어 있는 것일까? 시장환율의 적정성에 관한 어떤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라고 정확히 꼬집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절한 추정모델을 이용하면 개략적인 추정치를 제시해 볼 수는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최근에 위안화가 15% 정도 저평가되어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은 바 있다. 이 추정치는 위안화 절상 압력이 존재하긴 하지만 절상 폭이 1980년대 중후반 엔화의 경우만큼 클 필요는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적정 시장환율의 추정모델은 선진 시장경제를 전제로 개발된 것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에 대해 일반적인 판정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WTO 가입을 계기로 꾸준히 수입장벽을 완화해 왔는데, 이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는 점차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올해 1/4분기에는 7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앞으로 WTO 개방일정에 따라 수입장벽이 추가로 완화되면 무역수지 흑자 기조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그림 2> 참조). 또한 중국은 자본시장을 자유화하지 않고 있고, 특히 자본의 유출에 대해서는 더욱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자본시장에 대한 통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해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 계획이 실현됨에 따라 자본수지 흑자 규모는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 요인을 고려할 경우 위안화의 저평가 정도는 좀더 낮춰 생각할 수 있고, 따라서 향후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절상하더라도 절상 폭이 그렇게 클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발 글로벌 디플레 압력 미국, 일본 등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논거는 저평가된 위안화로 인해 글로벌 디플레이션과 미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 등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일반적 여론은 그러한 주장이 실은 논거가 취약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며, 따라서 국제적인 위안화 절상압력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수출은 그 동안 급증세를 보여 왔지만, 세계 전체의 수출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해의 경우 5.3%였고 올해는 6%대로 전망되는 등 아직도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2002년 대중국 수입이 미국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8%, 미국의 GDP 대비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이러한 수치는 중국이 저가 수출품 공세로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 아직은 과장된 것임을 보여준다. 한편, 2002년에 미국의 대중국 적자는 1천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가장 큰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일본(15%), 캐나다(11%), 멕시코(8%) 등에 대해서도 매년 거액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 만약 위안화가 절상되어 대중국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멕시코나 동남아 등 다른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그 자리를 메꿀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특정 국가와의 환율 요인보다는 투자율에 비해 저축률이 낮은 미국경제 자체의 구조적인 성격에 의해 형성된 측면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내 정치적 고려가 중요 현재 중국 정부는 당분간 현재의 환율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고 중국 국내 여론도 대체로 위안화 절상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이를 고려할 때 올해 안에 위안화가 절상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이후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을 허용할 경우에도 절상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부실 국유기업과 낙후 지역 농촌·농업의 구조조정을 원만히 실행하면서 이에 따른 거대한 실업 압력을 해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유력한 방법 중 하나는 성장 잠재력과 고용 효과가 큰 수출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로서는 가능한 한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중국 정부가 환율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 위안화를 대폭 절상한다면, 국내적으로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본래 환율의 변경은 경제의 각 부문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위안화를 절상하면 수출가격은 올라가고 수입가격은 떨어지므로 수출기업과 수입경쟁 부문의 기업은 불리해지고 수입업체는 유리해진다. 또 위안화 절상시 외채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외채를 많이 지고 있는 기업도 유리해진다. 이처럼 환율의 대폭적인 변경은 국내 경제주체 간의 이익구조를 크게 변화시킴으로써 손실을 보는 부문으로부터 엄청난 불만과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WTO 가입에 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의 확대가 농업 부문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농업에서도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앞으로 관세율이 점차 인하되는 데 더해 위안화까지 절상되면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크게 불리해질 수도 있다. 즉 위안화의 대폭 절상은 중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인 농민에게 타격을 가함으로써 심각한 사회정치적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올해 새로 출범한 중국의 신지도부가 이러한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면서까지 위안화의 대폭 절상을 시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환율 변동폭 점진적 확대 가능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 안정을 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기적으로도 현재의 고정환율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1994년 환율제도 개혁 당시 관리변동환율제도를 확립했으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사실상 고정환율제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런데 중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리변동환율제도로 돌아갈 뜻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의 시장 개방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고정환율제도는 너무 경직적이어서 보다 시장지향적이고 신축적인 환율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나치게 급격한 환율 변동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소폭의 범위 내에서 환율 변동을 관리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환율제도가 관리변동환율제도로 복귀할 경우 현재의 국제수지 상황에서는 위안화가 허용범위 내에서 소폭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994년 관리변동환율제도가 도입된 후 위안화는 1994년 1월에서 95년 6월까지 1년 반에 걸쳐 5% 가량 점진적인 절상을 경험한 바 있는데(<그림 1>), 중국 정부가 1~2년 내에 환율 변동폭의 점진적 확대를 통해 그 정도 수준의 절상을 시도할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하다. 앞으로 위안화가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절상될 것인가 하는 점은 현재 위안화 환율의 기준이 되고 있는 달러의 움직임과 중국 및 주요 교역상대국의 물가상승률 추이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달러 약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위안화 절상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게 되면 달러에 고정되어 있는 위안화도 역시 다른 국가의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이게 되고 그 경우 위안화 저평가 정도가 커지기 때문이다(<그림 3>). 현재 달러화 환율의 향후 추이에 대해서는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 전망대로라면 위안화 절상 필요성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다른 한편, 각국의 통화가 갖는 수출가격 경쟁력은 자국과 교역상대국의 물가상승률 격차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1998년 이후에는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주요 교역상대국보다 한결 낮았는데 이는 수출경쟁력이 향상 됐음을 의미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돼 무역 불균형이 심화될 경우에는 위안화의 명목가치를 절상시켜 이를 조정할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지난 해 -0.8%였던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4월에는 0.6%로 상승하는 등 주요 교역상대국과의 물가상승률 격차는 다소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을 비교적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는 점도 중국의 (미약한) 디플레이션이 멈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점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위안화의 절상 필요성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위안화는 앞으로 1~2년 동안의 단기간에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또는 10% 이내 범위에서 소폭 절상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사정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성장속도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며 이같은 추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경우 선진국과의 생산성 격차 및 소득수준 격차가 줄어듦에 따라 구매력에 비해 크게 저평가되어 있는 위안화 가치가 점차 구매력평가 수준을 향해 절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박스기사, “구매력 기준으로 본 위안화 환율” 참조). 따라서 향후 5~10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을 염두에 둔다면 현재 수준에 비해 위안화가 수십 % 정도 대폭 절상될 가능성이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본 위안화 환율 일부 언론에서는 위안화가 구매력에 비해 크게 저평가되어 있으며, 따라서 위안화를 대폭 절상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달러당 환율은 8.28 위안이지만 빅맥지수를 기 준으로 한 구매력 평가 환율은 달러당 3.64 위안이고, 세계은행이 추정한 구매력 평가 환율은 달러당 1.9 위안(2001년 기준)이다. 위안화는 그 구매력에 비해 몇 분의 일 정도의 대접밖 에 못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구매력을 기준으로 시장환율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선진국의 시장환율은 대체로 구매력을 잘 반영하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구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시장환율과 구매력 간의 괴리 정도는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점점 더 커진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교역가능한 상품(교역재)의 경우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생산성 격차가 매우 큰 반면 교역불가능한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격차는 훨씬 더 작은데, 시장환율은 기본적으로 교역재의 국제무역에 의해 그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물일가의 법칙에 따라 교역재의 가격(시장환율에 따라 동일 통화로 환산된 가격)이 국제적으로 비슷하게 형성된다면 생산성이 낮은 개도국의 노동자는 저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나라 안에서는 노동자의 이동이 자유로우므로 서비스 부문에서도 임금수준은 낮게 되고 따라서 서비스 가격이 싸진다. 거꾸로 교역재 부문 생산성이 현저히 높은 선진국에서 는 그에 따라 서비스의 가격도 비싸진다. 따라서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개도국의 물가수준은 상대적으로 싸지고 선진국의 물가수준은 반대로 상대적으로 비싸지게 된다. 이 처럼 개도국의 통화가치가 구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것은 시장원리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Paul Krugman and Maurice Obsfeld, International Economics(5th edition), Addison-Wesley, Chap. 15 참조). 이것은 또한 선진국보다 성장속도가 빠른(즉 선진국과의 교역재 부문 생산성 격차가 줄어드는) 개도국의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시장환율이 구매력평가 환율을 향해 접근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이 현재와 같이 세계 최고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할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위안화가 절상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폭 절상시 중국경제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아 단기적으로 위안화가 10% 이내로 소폭만 절상된다면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화의 절상은 우선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이어서 수출의 변동이 경제 전체에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이 두 가지 전달경로 모두에서 인과관계는 비교적 약한 편이다. 우선 과거의 경험을 보면 중국의 수출과 환율 간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환율의 변동이 수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명확한 추정치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 골드만 삭스는 위안화의 1% 절상은 수출의 0.2% 감소를 가져온다는 추정치를 제시했는데, 이는 중국의 수출이 갖는 독특한 성격을 고려할 때 비교적 현실적인 수치로 판단된다. 중국의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작은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수출의 가공무역적인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일본, 한국 등 주변 아시아 국가로부터 자본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한 다음 선진국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공무역적인 성격 때문에 수출액 중에서 국내생산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정도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따라서 위안화가 절상되더라도 중국의 수출업체는 달러 표시 수출가격을 인상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것은 원자재, 중간재 수입비용 하락이 매출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중국 정부가 수출시 부가가치세 환급률 및 환급액의 조정이라는 수출 촉진 수단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부가가치세란 소비자에게서 세금을 거두는 것으로, 외국 소비자에게 가는 수출품에는 부가가치세를 매기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중국은 조세행정의 편의상 일단 부가가치세를 거두어 놓고 나중에 이를 환급해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전액 환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만 환급해 주며 환급액의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중국 정부는 환급률과 환급액 지급시기의 조정을 중요한 재정·무역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위안화 절상시 이를 통해 수출기업의 손실을 부분적으로 보전해줄 가능성이 있다. 둘째로, 중국의 수출이 중국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수출의 가공무역적 성격으로 인해 수출산업의 경제적 비중이 아직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중국 경제학계에서도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미미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에 베이징 대학의 린이푸 교수는 기존 연구가 수출이 국내소비, 투자 등에 미치는 간접적인 효과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이 점을 고려해 중국 수출의 성장 기여도에 대해 기존 연구보다 훨씬 높은 새로운 추정치를 제시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1990년대에 수출 1% 증가는 GDP의 0.1% 성장을 가져왔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최근에 중국의 수출비중이 현저히 높아졌음을 고려하면, 이제는 수출 1% 증가가 GDP의 0.15% 정도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두 가지 효과를 종합해 간단한 계산을 제시해 보면, 위안화 10% 절상시 수출은 2% 감소하고 이는 GDP의 0.3% 감소로 이어진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즉 우리의 전망대로 향후 1~2년 사이에 위안화 절상 폭이 한 자릿수에 머무른다면,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절상이 현실화 될 경우 수출, 물가, 그리고 외국인투자 등 3가지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수출의 경우를 살펴보자. 위안화 10% 평가절상은 2002년 수출금액 기준으로 총수출의 1.2%인 약 20억 달러의 수출증가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3> 참조). 먼저 우리나라의 대중수출은 8억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화의 절상으로 중국시장에서 판매되는 우리나라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가격효과(중국입장에서 수입가격 하락)가 기대되지만, 성장률 둔화에 따른 중국의 수입수요 감소, 즉 소득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은 위안화 절상으로 28억 달러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위안화 절상은 제3국 시장에서 중국제품과 경쟁하는 우리나라 제품들의 가격경쟁력 제고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시장에 대한 수출증가 효과가 대중수출 감소 효과를 크게 웃돌면서 대미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절상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위안화 절상에 따른 이러한 수출증가는 우리 경제의 성장과 고용, 경상수지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선 1998년도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수출 20억 달러 증대가 유발하는 수입증가 효과를 계산하면, 연간 8억 달러 정도의 추가적인 수입을 유발해 상품수지를 약 12억 달러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산업연관표상의 부가가치유발계수를 이용하여 순수출 12억 달러(수출 20억 달러-수입 8억 달러) 증대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약 0.15%포인트 정도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었다(<표 4> 참조). 위안화 10% 절상에 따른 수출 및 경제성장률 증가는 고용부문에서도 약 2만 8천여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추가적인 고용기회 창출은 실업률을 약 0.12%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2002년 기준)를 가져올 수 있는 수치이다. 한편 위안화 절상은 우리나라 국내 소비자물가에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농수산물, 의류 등 소비자 물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소비품목의 원화표시 가격상승 요인이 발생하면서 국내 소비자 물가를 다소 불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의 수출둔화와 수출제품 가격 상승압력은 최근 수년간 세계경제의 난제로 등장하고 있는 글로벌 디플레이션 현상을 진정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가격 하락추세를 다소 누그러뜨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소비재 등의 수입가격 상승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조건 개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국 위안화의 절상은 전세계 투자자본의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실질코스트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중국에 대한 신규투자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결국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 환경이 상대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다. 한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미국의 통화절상 압력이 위안화에 그치지 않고 대미 무역흑자를 보이고 있는 여타 아시아권 통화로 비화될 경우, 원화환율도 절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박스기사 참조). 이 경우 위안화 절상으로 기대되는 국내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위안화 절상과 원화환율 중국의 위안화가 절상될 때 원화환율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실질실효환율 개념을 이용해서 이 문제를 보면, 위안화가 미 달러화에 대해 10% 절상되고 원화의 대미달러 명목환율은 변 화가 없다고 할 때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1% 절하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질실효환율은 우리나라와 교역상대국가의 교역량으로 가중평균하여 물가변동을 감안한 환율로서 실질 실효환율이 2.1% 절하된다는 것은 총체적으로 원화가치가 2.1%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제상품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2.1%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위안화가 절상될 때 원화의 명목환율 역시 영향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과 유럽 각국의 평가절상 압력이 중국은 물론이고 여타 아시아권 통화에 대해서도 가 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위안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10% 절상되고 원화는 5% 절상될 경우,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8% 절상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원화가 위안화에 대해서는 절하되지만 미 달러를 비 롯한 기타 통화들에 대해서는 절상되므로 결과적으로 상품경쟁력이 2.8% 약화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안화가 10% 절상되고 원화도 똑같이 10% 절상될 경우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은 7.7% 절상된다. 한편 위안화가 미 달러화에 대해 10% 절상될 때 원화가 2.2% 절상되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다시 말하면, 위안화 10% 절상 시 원화가 2.2% 이하로 절상되면 우리 나라 상품의 국제경쟁력은 향상되지만 2.2% 이상 절상될 경우 국제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계산은 상황을 단순화한 것으 로서 실제로는 위안화의 절상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에 미치는 효과는 더 작을 수 있다. 왜냐하면 위안화가 절상되고 원화가 절상될 때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대만의 NT달러 등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 동반 절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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