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드 J. 텔리스(Gerard J. Tellis)와 피터 N. 골더(Peter N. Golder)는 10년 동안 분석한 66개의 기업 사례를 묶어 역작「마켓 리더의 조건」(Will & Vision)을 발표했다.
저자들은 "시장을 개척하고 먼저 진입한다고 해서 마켓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개척자가 시장을 장기적으로 지배한다는 이른바 '개척자의 이점'(first mover's advantage)의 법칙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두주자라도 자기 예찬론에 빠져 시장에 대한 올바른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시장을 정의한다면 언제라도 후발기업에게 추월당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관점이다. 마켓리더는 시장 개척기업이 아니라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비전을 지닌 기업이라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중국에 있어 2003년은 사스라는 대재앙의 해였지만 다른 한편으론 서비스 업종의 뉴 비즈니스가 꿈틀거린 한 해였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놓고 뉴 비즈니스를 말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에겐 시장 진출이 제한돼 있었고 중국 기업들도 매우 일천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텔리스와 골더의 관점대로라면 시장진출 시기가 좀 늦었다고 언제까지나 경쟁에 지쳐질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어차피 시장은 개방될 것이다. 앞으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시장진출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비전과 혁신이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마켓 리더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뉴 비즈니스 트렌드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온라인 게임
지난 해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은 마치 온라인 게임의 한 장면을 연출하듯 눈부신 발전을 보였다. 인터넷 포털업체들의 매출이 수직 상승세를 타면서 주가가 폭등했고 샨다(盛大網絡.www.shanda.com.cn), 더나인(第九成市.www.the9.com), 넷이즈(網易.www.netease.com) 등 3대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현금 수입이 하루 200만 위앤(약 3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샨다는 올해 안에 나스닥 상장을 통해 3억∼5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넷이즈의 경우, 온라인게임과 인터넷광고, 휴대폰 단문메시지서비스(SMS)의 호황으로 지난 해 4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118.3%나 늘어난 1,14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온라인게임 매출은 전년비 222.2% 증가한 850만 달러를 기록했다.
게임중독 사례가 속속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게임업체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중국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성별로는 남성이, 연령별로는 16∼30세가 각각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해 2,200만명의 인터넷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 전체 네티즌 인구가 8,000만명에 달한다. 오는 2006년이면 인터넷 사용자가 1억 5,000만명을 넘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인터넷 대국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온라인 게임은 인터넷에 대한 중국 정부의 법적 규제, 결제시스템 미비, 인터넷 속도 저하 등의 장애 요인이 있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 중국 업체들의 불법복제는 물론, 지적재산권 분쟁도 잇따라 우리 기업들로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전시컨벤션
중국의 3대 전시컨벤션 센터로는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廣州)를 꼽는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각광받는 곳은 역시 상하이다.
상하이는 국제전시회(국제자동차전, 화동교역전, 다국적소싱상담회, 방직공업전 등)만 연간 300회를 개최하고 10개의 대형 전시장(上海新國際展覽中心, 上海展覽中心, 上海國際展覽中心, 上海世貿商城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전시관련 업체 수가 2,600개에 달하며 중국 전체 연간 전시컨벤션 수입의 약 50%(750억 위앤)가 상하이에서 나온다. 대규모 국제행사가 줄을 이으면서 제조업과 일반 서비스업이 동반 호황을 누리고 다국적 PR기업들도 이 지역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 China Observer Weekly 2004년 3월 22일자 Focus "중국서 잘 나가는 다국적 PR기업들" 참조.
□ 무선데이터 서비스
2003년은 온라인게임과 함께 무선데이터 서비스가 중국의 인터넷 부문을 화려하게 장식한 한 해였다. 지난해 2월 2일 미국 콜롬비아호가 공중폭발했을 때 시나닷컴(新浪網.www.sina.com)은 SMS(short me- ssage service)를 통해 10분 만에 모든 가입자들의 휴대폰에 이 소식을 전했다. 시나닷컴은 이 때문에 10만 명의 신규 SMS 회원을 모을 수 있었고 300만 위앤(4억 5천만원)의 추가 수입을 올렸다.
현재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초대형 프로젝트로 꼽히는 3세대(3G) 이동통신시장이다. 세계적인 통신 업체간의 최대 각축장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베이징 국제전람관에서 열린 'P/T 와이어리스 & 네트웍스 콤 차이나'는 전세계 업계가 중국 3G시장 진입에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는가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20여 개국에서 내로라하는 IT업체들이 참가해 새로운 단말기와 시스템 서비스를 선보여 예비 수주전을 방불케 했다. 앞으로 3G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무선데이터 서비스 시장은 가속도를 붙여갈 것이다.
다음 호(Food 프랜차이징, 교육서비스 등)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