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나
우선, 몇 몇 핵심 지표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의 하락세다. 5월 분 도시 고정자산투자액은 4천 390억 위앤(약 65조 8,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늘었지만 올 4월 증가율과 비교하면 무려 16.4% 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이 가운데 부동산개발투자에는 1천 17억 위앤(약 15조 2,550억원)이 투입돼 25.5%의 증가율을 보였다.
5월 한달간 총통화(M2)와 본원통화(M1) 증가 속도는 전년 동기비로 봤을 때 4월에 비해 각각 1.6% 포인트, 1.4% 포인트 줄어들었다. M2는 증가율이 17.5%로 올해 정부 관리 목표치인 17%선에 접근해 있다. 통화 공급량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5월 말 현재 전체 금융기관의 대출 총액이 18조 2,500억 위앤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증가속도가 4월 말보다 1.4% 포인트 낮아졌고 위앤화 대출 잔액은 17조 600억 위앤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증가속도가 4월 말보다 1.3% 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경제에 낙관적 전망을 더해주는 조짐들이다. 5월 지표가 발표된 후 중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거시조정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중국 경제가 이미 착륙을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랜딩 기어는 내렸는데 …
거시조정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자체가 중국 경제가 랜딩 기어(landing gear)를 내리고 이미 착륙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빈대만 잡아낼 수 있을지 아니면 초가 삼간을 다 태우게 될 것인지다.
China Observer Weekly는 지난 5월 3일 '中 과열대책 가동' 특집 호에서 올해 긴축 정책을 1993년 당시 주롱지(朱鎔基) 총리 주도의 초긴축 정책과 대비 분석한 적이 있다. 보다 엄밀한 의미에서 접근한다면 중국은 올해 긴축을 제외하고도 개혁개방이래 대개 3차례 큰 폭의 경기 부침(주기)을 겪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 분수령은 1988년과 1993년, 그리고 1998년 이었다.
1988년부터 1989년까지의 거시 조정 때에는 곧 바로 수년 간의 불황이 이어졌다.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유명한 남순강화(南巡講話·남부 경제특구를 잇따라 순시하면서 개혁과 개방을 강조한 연설)가 나오고서야 상승 무드를 탓으니 부인할 수 없는 경착륙이었던 셈이다.
1993년부터 1997년과 1998년부터 2002년 등 2차례의 시기를 두고선 경착륙이다, 아니다를 두고 서로 다른 관점이 있다. 당시 2차례의 조정때 역시 모두 1년만에 경기가 급강하했고 이후 약 4년 동안 수 많은 조치를 내놓고서야 다시 경기를 끌어올렸다.
이상적인 경기 운용이라면 완만하게 떨어지고 완만하게 회복되는 역포물선을 그려야 하지만 수직 강하후 느린 상승을 했다면 이 역시 경착륙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착륙은 1980년대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다. 종래 중국은 국가가 성장의 모든 측면을 주도하고 과열이 발생하면 또 다시 국가가 나서 불을 끄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시장보다는 행정 수단에 의존한 때문이었다.
1990년대 이후가 그 이전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바로 시장경제적인 요소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시장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는 경기부침 시기에도 진폭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난다. 외형적으로는 경착륙의 모습을 해도 '연'(soft)의 요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에서는 중국을 여전히 비(非)시장경제국가로 간주하지만 시장경제 요소가 과거보다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몇 가지 측면에서 올 하반기 중국 경제는 잔바람이 적지 않게 불 것으로 보인다. 그 조짐은 이미 몇 몇 측면에서 관찰된다.
첫째, 원자재 재고 누적 문제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거시조정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강재 가격도 뚜렷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선재의 경우, 3월 초와 비교해 톤당 가격이 750위앤 이상 떨어졌지만 이와 함께 강재 재고물량이 연초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중복 과잉투자 업종으로 분류된 유리와 전해로도 재고가 30% 이상 늘어 사정은 비슷하다. 거시조정 정책이 보다 효과를 보이게 되면 건자재 등 원자재는 재고 누적이 새로운 골치거리로 등장하게 될 수 있다.
둘째, 부동산 업종은 여전히 상승 곡선에 있지만 온도가 식으면 치솟던 가격이 급속히 미끄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대출을 죄게 되면 공실률이 올라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광둥성 광저우(廣州)에서 열린「2004년 하반기 중국 부동산 정책 전망과 가격 동향」(二OO四年下半年中國房地産政策展望及價格走勢)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부동산 업종이 지난 2년간의 고속 성장 결과 거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상업은행들이 부동산 개발의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어 부동산업의 고속 성장은 대부분 은행의 신용 지원에 따른 결과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이 상황에서 경기가 급변한다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은행으로 몰리기 마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셋째, 금융권 대출은 총량 조절에는 성공하고 있다지만 단기 대출만 제한되고 있을 뿐 중장기 대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문제점도 있다. 자금 회전이 느리고 중장기 대출의 부실 위험이 적기에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장기 대출의 대상은 주로 대형 국유기업들이며 단기 대출은 중소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중소기업들은 전에도 대출받기가 어려웠지만 올 들어 더 힘들어졌다는 반응이 많다. 연착륙에 결코 이롭지 못한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 경제가 연착륙하리라고 보는 이유는 첫째, 시장경제 요소가 크게 늘어나 그만큼 투명해졌다는 점과 둘째, 이제는 중앙에서부터 지방에 이르기까지 각급 정부가 거시조정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셋째, 아직 물가 수준이 괜찮은 편이며 넷째, 정책 집행에서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행정 수단에 의존하기 보다는 행정 수단과 시장 수단이 적절히 조화되고 있다는 점도 있다. 연착륙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바람 잘날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