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중국의 대외정체성에 대한 인식변화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먼저 중국이 스스로 규정하는 대외정체성 변화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언술구조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중국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냉전시기‘제3세계 국가로서 국제질서의 혁명적 개조’에서, 1980년대 중반이후 1990년대 초반기까지‘제3세계 국가로서 국제질서의 평화적 개조’로, 1990년대 중후반기 이후 현재까지‘책임감 있는 대국으로서 국제질서의 안정적 유지’로 재규정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정체성에 대한 인식변화는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실제 행위와 태도의 변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핵문제의 대한 중국의 원칙-평화적 해결,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및 북한 체제의 유지-은 변함이 없다. 그 러나 제1차 북핵 위기와 제2차 북핵 위기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매우 상반된다. 다시 말하면, 1차 북핵 위기 시기 북한의 핵보유 가능성은 동아시아 지역의 핵도미노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충분히 중국이 적극적으로 중재할 만한 이익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핵 위기 해결에 있어 국제사회의 규범준수를 강조하는 미국편향 정책을 취하기보다는 여전히 절대적 주권원칙을 더 강조하는 북한 편향적 정책을 취함으로써 현 국제질서 개조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체현해 내고 있다. 반면, 2차 위기 때는 NPT가 여전히 핵국가와 비핵국가의 불평등성을 제도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비확산 규범의 세계적 보편성을 강조하여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또 핵대국으로서 핵무기 확산방지를 위해 북한과 미국을 적극적으로 중재하여‘책임감 있는 대국’편향적 태도를 취하면서 자신의 변화된 정체성을 체현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