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세계와 중국의 변화, 그리고 우리의 대응
- 등록일
2025-03-26
2025년 3월호 인차이나브리프-저자노트는 『현대중국강의』의 공저자인 장윤미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연구교수의 글을 실습니다. 초판 『열린 중국학 강의』 출간 이후 7년 만에 보완된 『현대중국강의』는 중국 체제의 특징과 원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별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되었으며, 특히 최근 변화하는 중국의 통치구조와 정치적 상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본 글을 통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가 변화하는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제시합니다. 특히, 감정적 접근이 아닌 냉철한 분석과 전략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이 실질적인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상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모색합니다.
» 『현대중국강의』의 구성 및 특징
이 책은 이야기로 풀어쓴 중국지역학 입문서의 성격을 띠며, 전공자뿐 아니라 중국을 이해하고자 하는 대중 독자를 위해서 쓴 것이다. 중국에 관한 개별적인 주제를 정리하여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하기보다는, 중국 체제의 특징과 원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별 이야기로 묶었다. 이 책은 초판인 『열린 중국학 강의』를 출간한 지 7년 만에 보완하여 쓴 것이다. 기존 내용을 대폭 수정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내용을 많이 추가하였다.
책에서는 우선 중국 사회의 문화적 특징을 서술했는데, 광범위한 문화의 영역에서도 특히 가치나 관념 측면에 주목했다. 중국 체제나 제도 구성의 기초가 되는 국가관, 지역의 다양성, 그리고 대일통(大一統) 관념을 다루었다(2, 3, 4강). 그리고 중국의 ‘혁명’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 즉 혁명전쟁과 문화대혁명, 그리고 1989년 천안문 사건을 중심으로 중국 현대사의 흐름을 이해하고자 했다(5, 6, 7강). 또한, 최근 중국의 통치구조와 정치적 상황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이러한 전환적 변화를 개혁개방의 시간이 아닌 현대 중국이라는 좀 더 긴 시간 속에서 짚어보고, 중국 체제의 작동 메커니즘을 함께 이해할 수 있게 서술했다(8, 9, 10강). 나머지 11, 12강에서는 사회 구조 변화와 사회통제 문제를, 13, 14강에서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대한 대응전략을, 그리고 마지막 15강에서는 한중관계를 다루었다.
» 전환기의 세계와 중국의 변화
이 지면에서는 책의 내용을 세세하게 소개하기보다는 최근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과 함께 중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상대해야 할지에 관해 필자의 견해를 밝힘으로써 서평을 대신하고자 한다.
우선 책의 내용을 수정하면서 최근 급변한 세계정세와 중국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해야 할지 많은 생각이 오갔다. 주지하듯 세계 GDP의 1, 2위(미국 25%, 중국 18%)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두 대국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트럼프 2기의 미국은 동맹도 우방도 이익에 따라 버릴 수 있는 나라가 되었고,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당 중심의 노선을 강조하며 개혁개방 이후 만들어온 정치 규칙을 하나씩 깨뜨려버렸다.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본격화되며 수반된 지정학적 변화, 세계화의 퇴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거치면서, 기존의 질서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지만 아직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지 않은 불확실한 시대로 진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반중, 혐중의 정서가 다른 어느 선진국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부상하고 또한 공산당과 시진핑 최고 지도자에게로 권력이 집중되면서, 대다수 선진국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급증한 것은 하나의 흐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인식과는 별개로 주요 선진국에서 중국에 관한 연구 필요성이 오히려 증가한 것에 반해, 한국의 경우 중국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중국을 알 필요도 없다는 식의 풍조가 확산되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싫어하는 마음’과 ‘알 필요도 없다는 마음’은 전혀 다르며, 싫어해도 우리의 생존 및 미래와 관련이 있다면 반드시 알고 대비해야 하는 대상이다. 한국과 같이 수출과 교역으로 성장한 개방형 경제의 경우, 다른 국가나 지역에 대해서 알고 연구하며, 교역을 확대하고 국익을 챙기는 것은 필수적인 일일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한중 수교 이후 30년간 한국 경제성장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던 국가이다. 감소 추세에 있지만 지난해에도 여전히 중국은 한국의 제1 교역 국가였다.
» 한국 내 반중정서의 배경과 원인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강한 힘을 추구하는 중국에 대해 이질감과 위협감을 느끼는 시대적 흐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왜 중국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었을까? 중국을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정서가 부각된 시대적 배경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냉혹한 힘에 의한 강대국 정치가 다시 등장했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미·중 간의 치열한 기술 경쟁뿐 아니라,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의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침략자 러시아를 옹호하며 관계 재정립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24일에 열린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미국이 러시아, 북한, 이란과 함께 반대표를 던진 것은 상징적이다. 2차 대전 이후 유지해온 규칙 기반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미국 스스로 걷어차고, 미국 국익을 우선순위에 둔 외교로 전환했다. 미국을 더 강하고, 안전하고, 번창하게 하는 것이 미국 외교의 원칙이 되었다. 중국 역시 국가의 안보와 발전을 핵심이익으로 하며, 강한 국가를 목표로 한다. 미국와 중국의 국가 목표가 정확히 일치한다. 양보할 수 없는 두 강대국 간의 대립과 충돌이 전쟁을 통해 해결하거나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날 수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한 시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기후 변화, 식량 및 에너지 위기, 디지털 환경 등 여러 가지 급변하는 상황 역시 팬데믹 시기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시장의 확대와 협력을 통한 풍요로운 시대는 마감되고, 값싸고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산 제품이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들을 위협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른 국가에 대해 관대하고 개방된 마음이 아니라 싫어하고 위협감을 느낀다는 것은 국가 단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생존이 중요해진 시대에 나타나는 징후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이민자에 대한 배척과 차별, 극우 포퓰리즘 정치의 확산 등도 오로지 생존이 중요해진 시대에 나타나는 반동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한국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읽을 수 있다.
둘째, 한중 양국 간 차원에서 볼 때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데서 오는 위기감이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오는 불안감을 덜고 안정감을 찾기 위해 혐오의 방식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엄청난 인구 차이에도 불구하고(당시 중국 인구는 한국 인구의 약 27배) 중국의 GDP 규모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한국 3,555억 달러, 중국 4,269억 달러). 그러나 이후 고속성장을 지속한 중국은 2022년 GDP 규모가 한국의 10배 규모에 달한다. 또한,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기술 자립을 추구하며 5G, 자율주행, 위성 항법 등 많은 분야에서 놀라운 과학기술의 진보를 이루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에서 미국을 100%로 보았을 때 중국은 82.6%(4위)로 이미 한국의 수준(81.5%)을 앞섰다. AI, 우주 항공·해양, 차세대 원자력 등 50개 국가전략기술로 범위를 좁히면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한국을 더욱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제력과 기술 수준이 한국을 추월한다는 위기감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졌다. 이는 정확히 일본의 대중국 인식과도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1980년 조사에서 중국에 대해 친근함을 느낀다고 대답한 일본인의 비율은 78.6%였지만, 2010년에는 77.8%의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30년 만에 일본인의 대중 감정이 극단적으로 역전된 것이다. 2010년은 중국이 GDP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선 해였다.
셋째, 실제 중국 내에서 강화된 강압적인 사회 분위기가 다른 국가들의 대중국 인식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공산당 일당 통치 강화, 관례를 깬 시진핑의 3연임, 그리고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등이 있었다. 중국이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이후, 중국공산당은 역사 서술뿐 아니라 민족관이나 문화 등 모든 것을 국가 중심적으로 재정립하고 이를 합리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국민국가 중심의 목표를 제시하면서 혁명이나 항미원조(한국전쟁) 등 과거 역사에 대한 재평가에서 문화주의적인 색채를 뚜렷하게 보여왔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의 정치적, 문화적 정체성과 충돌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다.
» 최근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
이러한 변화 앞에서 우리 사회는 어떠한 모습을 보이는가? 불행하게도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여전히 자기 만족적인 사고에 빠진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 지나친 이념적 사고에 빠져 객관적인 지표와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30 엑스포’ 유치를 확신한 집권 세력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 29표를 얻은 것은 단적인 예이다. 냉철한 현실 인식에 기반을 둔 분석과 전략은 고사하고, 관련 기관과 언론들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에 빠져 희망 회로를 돌려 여론을 호도했다. 이와 유사한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다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이러한 자기중심적 사고와 맹신에 빠져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반대파를 공격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중국을 정치화하며 야당에게 친중국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중국에 대한 찬반 논리로 편을 가르는 프레임을 만들어갔다. 민주주의 사회는 정치적 승리보다 게임의 규칙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탄핵 국면에서 목도하듯 반대파를 무력으로 일거에 정리하려는 독재적 발상이 드러났다. 힘의 원리를 쫓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 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배척하고 귀를 닫는 모습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흑백논리나 약육강식에 취약한 사회인지 보여준다.
중국은 냉정한 분석을 통해 알고 파악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실체에 대한 분석 없이 중국을 정치화하여 내부 논쟁에 끌어들인 결과, 한국 사회의 지적 논의 기반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우리의 공론장은 처참해졌다.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중국은 하나의 이미지로만 대표되고 등장한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의 다름 아니며, 모든 중국인이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비상식적인 전제가 공유된다. 우리 사회에서 합의된 나름의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친중이냐 반중이냐는 감정적 찬반으로 정치적 입장을 대신하는 종교적 맹신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사회의 공론장은 점차 저열해지고 난장판이 되었다. 분열된 공동체 안에서 심리적 위안과 정서적 공감을 얻는 종교화된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흑백논리의 공론장은 한국 사회의 반지성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주류를 차지하고 반복된다면, 한국 사회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도 정치적 목적에서 반중/혐중을 조장하는 언론이나 집단이 있으며, 트럼프 등장 이후 이러한 경향이 주류가 된 지 꽤 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중국을 정치적인 공격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상관없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이다. 중국의 힘을 억제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한 목적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주로 정치적 반대파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반중 정서를 조장한다. 중국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가 극우 유튜브 공간에서 넘쳐나고, 이를 활용한 노골적인 반중 정치로 세를 모은다. 현 집권 세력은 이념에 경도된 외교를 펼치며 집권 초기부터 탈중국화를 선언했고,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정치와 경제, 외교를 어렵게 만들며 결국 국익을 해치고 있다.
»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달라진 중국을 상대해야 할까?
우선 다른 국가를 내부 반대파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를 맹목적 숭배 대상으로도 삼지 말아야 한다. 특정 국가나 특정 국가의 국민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는 언제든지 ‘인종화’ 공격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우리 사회에 커다란 폐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다른 국가나 지역은 우리가 잘 대응하기 위해 알고 배우며 경계해야 할 대상이지, 정치화의 대상이 아니다. 특히 한국의 바로 옆에 있는 중국은 압도적인 규모를 지닌 대국으로, 우리가 제대로 파악하고 갈등적 관계로 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할 국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이 어떠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국가이고, 우리와는 무엇이 다른 체제인지 알아야 한다.
둘째, 강대국 정치가 도래했다고 해서 미국에 의지하기만 하면 우리의 안보와 실익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중 간의 힘겨루기는 전쟁으로 해결하기 불가능하고, 결국 적정한 선에서 타협과 대립을 지속할 것이다. 국가를 하나의 단위로 한 국제체제가 지속되는 한, 그리고 현실 세계정치에서 강대국에 의한 현실주의 논리가 관철되는 한, 우리로서는 이러한 구조를 바꿀 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다면 우리는 그 누구와도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중국을, 중국은 미국을 적대시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상대에 대한 정치적 공방을 계속하지만, 그것은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이다. 한국 자신의 힘의 크기를 분명하게 인지하면서도, 우리에게 맞는 나름의 전략을 만들고 힘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강대국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 대해 이념적으로 접근하지 않되,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원칙이 무엇인지 일관된 메시지로 알려야 한다. 또한, 장기화하는 미·중 간의 대립 구도에서 한국 사회가 지적·문화적으로 풍성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사회 개혁과 내적인 힘을 축적하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대가 필요로 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보편적인 담론을 논의하며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중국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중국에 관한 장기적인 연구 기반을 이어 나가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국과 일본의 대중들은 수교 초기 중국에 대해 호감을 보였지만, 30년 후 대다수가 부정적 인식으로 돌아섰다. 상대에 대한 호감/비호감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과 인식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중국은 중요하게 알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우리가 상대해야 할 중요한 국가 중 하나이지, 우리 사회의 어떤 이념 지형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게다가 획일화된 중국 이미지는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쉽게 만들고, 이러한 단순화된 흑백논리는 한국 사회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중국은 하나의 이미지일 수 없고, 다양한 모습의 중국을 알고 해부해야 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그러한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대다수 대학의 중국 관련학과는 인기가 없고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에는 폐과 사례도 적지 않다. 물론 인구 절벽과 AI 시대, 인문사회과학 자체가 고사하는 위기의 시대이긴 하지만, 세계의 흐름과 함께 중국 알기와 전문적 연구는 끊이지 않고 이어나가야 한다. 우리와 다를수록,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현재 미·중 간의 경쟁은 서로 다른 자아관과 세계관을 가진 강대국 간의 상이한 관념체계를 바탕에 깔고 있다. 우리에게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중국이 보통의 국가 규모가 아닌 대국이고 국제질서 재편에 자신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 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공격적인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강조할수록 주변 국가들에는 매우 위협적으로 보인다. 우리와는 다른 가치체계와 정치제도를 가진 중국과 이웃하며 우리는 어떻게 생존하고 공존을 모색할 것인가? 혐중이란 감정만으로는 중국이란 존재가 부정되지 않는다. 한반도의 생존을 위해서는 냉정하게 중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알아야 하며, 우리 스스로 지혜롭게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타문화의 문명과 역사를 통해 인류사회를 성찰하면서도 우리 자신을 상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공존을 위한 철학적 담론과 구상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민간 각 분야의 일상 교류에서 중국을 마주할 때는 상호 존중과 이해의 마음으로 지속적인 교류를 위한 다양한 길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이러한 길을 여는데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