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기 버튼

본문내용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미중 경제규모는 역전될까?

  • 등록일

    2025-07-30

20257월호 인차이나브리프저자노트에는 트럼프 2.0 시대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공저자인 최필수 교수의 글을 실습니다. 이 책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동아시아 질서와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을 여러 전문가들이 분야별로 분석한 결과물입니다. 경제·통상 분야를 담당한 최필수 교수는, 트럼프 2기 하의 세계 경제 질서 변화와 동아시아 역내 파급 효과를 진단하며, 단순한 GDP나 성장률보다 본질적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새로운 산업은 어디서 등장하는가?”, “핵심 기술은 누가 갖고 있는가?”, “국제표준은 누구의 규범을 따르는가?”, “자본과 인재는 어디로 향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구조적 역량에 주목하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5월, 『트럼프 2.0 시대 동아시아와 한반도』(차이나하우스)가 출간됐다. 이 책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를 맞아 한반도와 중국ㆍ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발생할 여러 분야의 변화를 예측하고 한국의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은 동아시아 전체에 커다란 구조적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역내 국가들은 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통상·기술 등 다방면에서 전략적 재정렬을 요구받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동아시아에서 전개될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경제질서 재편에 대한 종합적 진단과 정책적 제언을 담았다.

총 6인의 전문가가 각자 분야를 맡아 공동으로 집필하였으며, 필자는 강석율, 김재관, 문익준, 민정훈, 신종호 박사와 함께 참여하였다. 필자가 담당한 분야는 경제통상 파트로, 여기서는 미중 간의 구조적 갈등이 어떤 형태로 심화되고 있으며, 그것이 동아시아와 한국의 통상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다.

경제통상 분야는 미국과 중국의 국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분야이자, 정치적 선언들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는 두 나라 간 전략경쟁의 핵심이자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통상 이슈를 중심으로 트럼프 2기 하의 글로벌 경제질서를 조망하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미국과 중국의 경제규모는 역전될 것인가?

이 책에서 다룬 여러 질문 중에서도, “미중 경제규모는 역전될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숫자의 비교를 넘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언제 추월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질문은 '세계 최고가 누구냐'라는 직관적 차원의 경쟁 인식뿐 아니라, ‘누가 더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가’, ‘어느 국가가 투자하기에 더 유리한 환경인가’, ‘국제사회에서 더 강한 협상력을 갖고 있는 국가는 누구인가’ 등 다양한 맥락에서 실질적 함의를 갖는다.  

나아가 군사력과 외교적 영향력도 결국은 경제력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만큼, 경제규모의 크기는 국가 권력의 총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곤 한다. 이 때문에 중국의 GDP가 미국을 앞설 경우, 이는 단지 경제력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질서의 헤게모니가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언론의 흥미 위주 담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국제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본질적 쟁점이다.


» 명목 GDP vs. 실질 GDP

IMF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2024년 명목 GDP는 각각 30.37조 및 19.53조 달러이다. 아직까지 미국이 훨씬 앞서 있다. 최근 중국의 성장률이 주춤하고 미국의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날이 멀어지고 있다거나 영영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정돼야 한다. 

우선, 명목 GDP와 실질 GDP의 개념을 구분하여 인식할 필요가 있다. 명목 GDP는 해당 연도의 환율과 물가를 반영한 총액이지만, 이 수치는 자산버블이나 물가상승의 영향을 포함하므로 실제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반복적으로 시행해왔고,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전례 없는 재정확장으로 국민 가계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적극적인 대응을 보였다. 

이러한 정책은 명목 GDP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효과를 갖지만, 그만큼 실제 생산 능력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이로 인해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 기준으로 환산되는 다른 국가의 GDP는 자동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왜곡이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물가 및 환율 왜곡을 제거한 구매력 평가(PPP) 기준 GDP를 중시해왔으며, 이 기준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16년에 미국을 추월했다. IMF의 2024년 PPP 기준 GDP는 중국이 37.07조 달러, 미국이 29.17조 달러로, 중국이 현저히 앞서고 있다.

중국 역시 통화정책을 활용하지만, 미국만큼 극단적인 유동성 확대를 지속하지는 않으며,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환율 기반 GDP 상승효과도 크지 않다. 따라서 명목 GDP만으로 국가의 실질적 경제력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 GDP의 질과 양

둘째, 단순한 총량 비교를 넘어 GDP의 질을 살펴야 한다. 미국은 통계작성 체계와 자산 평가 방식에서 중국보다 시장의 실제 가치를 더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가보유 주택의 GDP 산정에서, 중국은 공시지가 기준을 사용하지만 미국은 인근 시세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한국 사례에서도 공시지가는 시가에 비해 낮은 경향이 강하듯, 중국의 GDP도 실제 시장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이런 기준만 바꾸어도 중국의 GDP는 상당 부분 상승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은 금융·보험·부동산업(FIRE)의 비중이 매우 높은데, 이들 산업은 실물보다 금융자산의 가치증식에 따라 GDP가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 2024년 기준 FIRE 부문의 GDP 비중은 미국이 21.2%에 달하며, 중국은 13.6% 수준이다. 

이처럼 자산가격 상승과 금융수익이 포함되는 산업이 GDP에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경제의 실질적 생산성보다는 자산 기반의 소득이 부각된다. 다시 말해, 미국 GDP의 총량은 크지만 그 ‘밀도’는 중국보다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허드슨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불로소득의 금융화가 현대 자본주의의 왜곡된 구조를 강화한다”고 지적하며, 특히 미국의 GDP가 실물경제보다 자산 거품에 의존하는 경향을 경계했다.


» GDP의 저량와 유량

여기까지만 보면 중국의 실제 경제능력이 명목 GDP로 표현되는 것보다 크다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그 반대 요소도 생각해야 한다.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축적한 경제의 저변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즉 유량과 저량을 구분해야 한다.

GDP는 1년 동안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합, 즉 유량(flow)을 측정한 것이다. 반면, 한 국가의 기술축적, 과학기반, 제도적 신뢰, 국제금융 중심지로서의 기능 등은 수십 년간 축적된 자산, 즉 저량(stock)에 해당하며, 이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금융시장, 고등교육 시스템, 창의적 기업 생태계를 장기간에 걸쳐 구축해왔으며, 이는 단순한 연간 GDP 수치를 넘는 질적 우위를 형성하고 있다.

즉 설사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한다고 해도, 그것은 흐름의 일시적 변화일 뿐, 체제 전체의 우위를 입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추월'이라는 표현 자체가 갖는 이분법적 사고는 때때로 지정학적 사고를 단순화하고 오도하는 결과를 낳는다.


» 더 중요한 질문들

이상을 고려하면, 경제 규모에 있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느냐 마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경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유효한 질문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새로운 산업은 어디에서 탄생하는가? 주요 산업의 핵심기술은 누가 보유하고 있는가? 국제표준은 어느 국가의 규범에 기반하는가? 자본과 인재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GDP의 수치 경쟁은 이러한 구조적 조건들이 누적된 결과물에 불과하다. 표면적인 추월 담론보다는 이러한 본질적 역량에 주목해야만, 국가 전략과 산업 정책의 방향도 제대로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질문이 올바른 인식을 가져오며, 그 인식이야말로 전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공공누리 제4유형 마크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확인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