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관계가 아시아와 세계 질서를 어떻게 형성하는가
- 등록일
2025-05-28
“중국-인도관계가 아시아와 세계 질서를 어떻게 형성하는가”
“How China–India relations will shape Asia and the global order”
저자 |
Chietigj Bajpaee, Yu J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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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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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년 4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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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25년 4월 23일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의 「How China–India Relations Will Shape Asia and the Global Order」는 중국–인도 관계가 아시아와 국제질서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보고서는 미중관계를 21세기 세계정치의 중심축으로 간주하는 일반적 인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실질적으로는 중국과 인도 간의 경쟁과 관계가 아시아의 미래뿐만 아니라 글로벌 거버넌스의 재편에 있어 더 깊은 장기적 함의를 지닌다고 진단한다. 양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이자 각각 세계 2위, 곧 3위로 도약할 경제대국으로, 다극화 질서 속에서 상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경합 관계에 있다. 그러나 서구, 특히 미국은 인도를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과도하게 간주하고 있으며, 이 같은 기대는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과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간과하고 있다.
중인관계의 긴장은 종종 국경분쟁이라는 좁은 렌즈를 통해 해석되어 왔으나, 보고서는 2020년 갈완 계곡 충돌과 2024년 부분적 국경 합의 이후에도 구조적 긴장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국경 갈등은 표면적 증상에 불과하며, 본질적으로는 문명국가로서 자임하는 두 국가 간의 주권, 지위, 역사적 기억, 세계질서에 대한 상이한 접근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대립의 결과다. 티베트와 카슈미르 문제는 이들 긴장의 핵심이며, 이는 양국의 내정·외교 전략 전반에 걸쳐 심각한 정치적 민감성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지위의 비대칭성(perceptual asymmetry)’이라는 개념을 통해, 중국이 인도를 동등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미중 경쟁의 하위 변수로 취급하는 점을 중인 간 신뢰 결핍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한다. 인도는 자신을 다극 세계질서의 독립적 축으로 간주하는 반면, 중국은 인도를 미국의 도구 또는 지역적 균형세력 정도로 한정 짓고 있다. 이는 중인 양국이 서로의 외교정책을 상호 왜곡된 인식 아래 해석하게 만들며, 안보 딜레마를 심화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국제질서에 대한 유사한 세계관을 공유한다. 양국 모두 비서구적 가치관, 주권 우선, 비간섭주의, 글로벌 사우스 리더십 지향, 경제개발권 강조 등의 입장에서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변화, 다자주의, 개발협력 등의 분야에서 협력의 잠재성을 내포한다. 다만, 현재까지는 그러한 유사성이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중국이 주도하는 플랫폼(BRI 등)이 인도에 의해 견제되고, 인도는 비서구적이지만 반서구적이지 않은 ‘자율적 비서구 세계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2024년 10월의 국경 부분 합의와 외교 채널 재가동은 일시적 완화 국면을 조성했지만, 양국 간 구조적 불신과 정치적 제약(특히 인도 내 정치 여론 및 중국 내 강경기조)으로 인해 실질적인 관계 정상화에는 여전히 많은 장애가 존재한다. 인도는 경제적 현실, 즉 제조업 육성과 글로벌 공급망 편입을 위한 대중 의존도를 고려해 중국과의 전략적 교류를 병행할 수밖에 없으며, 중국 역시 미국과의 갈등 격화 속에서 인도와의 관계 안정화에 일정한 전략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요컨대, 이 보고서는 중국과 인도 간의 관계를 단지 국경분쟁이나 반중동맹의 맥락에서 단순화하지 말고, 문명국가 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으로 인식하며, 국제질서의 다극화와 아시아 정치지형의 재편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삼아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서구가 인도를 대중 견제의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기존 전략의 한계를 반성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다층적인 대인도 접근전략을 설계해야 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