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무역전쟁의 일시적 완화: 관세 인하와 그 이면의 구조적 문제
- 등록일
2025-05-28
“미중무역전쟁의 일시적 완화: 관세 인하와 그 이면의 구조적 문제”
“Understanding the Temporary De-Escalation of the U.S.-China Trade War”
저자 |
Philip Lu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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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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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년 5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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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25년 5월 13일자 CSIS 필립 럭(Philip Luck)의 논평은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미중 무역갈등의 일시적 완화 조치를 평가하면서, 관세 인하의 단기적 긍정 효과와 더불어 누적된 경제적·정책적 피해를 동시에 짚는다.
2025년 5월 12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상호 관세 인하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관세는 145%에서 30%로, 중국의 대미 관세는 125%에서 10%로 인하되었고, 중국이 2024년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이후 시행한 희소광물 수출 제한도 일부 완화되었다. 이 조치는 국제 공급망 안정화, 인플레이션 완화, 미중 무역 갈등의 확전 방지 차원에서 환영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필립 럭은 지적한다.
우선 단기적으로 관세 인하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기 침체 우려를 완화하며, 미국 기업의 자본 투자 여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자체로는 긍정적인 조치다. 하지만 관세가 이미 한 달 이상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미국 기업과 소비자는 높은 원가 부담, 구매 연기, 재고 부족 등 실질적인 피해를 겪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고용 감소와 생산 위축이 불가피하며, 일부 연구에서는 이번 관세 정책으로 인해 2028년까지 미국의 실질소득이 연간 3천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관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세 구조의 왜곡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시대 관세의 60% 이상이 최종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에 집중되어 있어,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러한 구조 자체가 생산성과 임금에 악영향을 준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관세 구조의 전면 개편 없이는 실질적 경쟁력 제고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제시된다.
정책의 일관성 결여와 불확실성 역시 큰 문제다. 이번 조치는 ‘90일 휴전’에 불과하며, 이후 다시 관세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들은 장기적 투자나 공급망 재조정 결정을 내릴 수 없으며, 특히 반도체·자동차·정밀 제조 등 자본집약적 산업은 계획을 유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관세보다 더 심각한 ‘불확실성세(uncertainty tax)’로 작용한다는 것이 럭의 진단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외 신뢰도도 약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관세를 무기로 협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이 더 낮은 실효 관세율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 전략적 효과성이 손상되었다. 이러한 '위협 기반 협상'은 일관성 없이 반복되면 오히려 미국의 위신을 훼손하고, 향후 협상에서 신뢰도 손실을 초래한다.
한편, 동맹국들과의 관계도 악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과의 최근 양자협정에서 미국 소비자는 일부 혜택을 얻었지만, 이 조치는 미국 내 생산자 중심의 전략과 배치되는 면이 있으며, 일본·EU 등 주요 동맹국은 미국과의 협상 대신 자체적 역내 협정 체결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다자적 경제 리더십 약화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결국 이번 관세 완화 조치는 두 가지 진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정책 오류에 대한 조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발생한 경제적 손실, 투자 위축, 동맹 이탈 등 장기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럭은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물질적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있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생산자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 접근이 필요한 시점임을 환기시킨다. 소비를 억압하여 제조업 일자리를 회복시키는 접근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이제 미국 정부는 그 균형을 되찾을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완화 조치가 갖는 의미를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