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중국전략 조정 방안
- 등록일
2025-07-30
“영국의 중국전략 조정 방안”
“What the UK must get right in its China strategy”
저자 |
William Matth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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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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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년 7월 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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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가 7월 8일 발표한 「What the UK Must Get Right in Its China Strategy」는 영국의 대중국 전략이 새로운 지정학적 국면에서 어떻게 조정되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회복탄력성(resilience), 유연성(flexibility), 자율성(autonomy)’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기반해, 영국이 미중 간 전략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전략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수동적 혹은 일방적 대중 전략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국익을 중심으로 능동적이고 조건부적인 대중국 접근을 추구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무엇보다 보고서는 중국이 해외에서의 통제와 억압 활동을 점차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가치에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홍콩 출신 인사, 위구르인, BNO 여권 소지자 및 중국 유학생을 영국 내에서 감시하거나 압박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 내 자유의 공간을 위협하고 있다. 아울러 사이버 안보 위협, 학술적 자유에 대한 개입, 정치 기부 등을 통해 중국은 영국의 제도와 담론에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더욱 정교하고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민주주의와 시민권을 보호하는 강력한 제도적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중국 관련 기관의 활동을 등록 및 감시하는 외국영향등록제(FIRS)의 도입, 해외 탄압 사례에 대한 공식 조사 및 처벌, 그리고 사이버 보안 및 정보 주권 강화를 위한 정책 재정비가 제안된다. 이러한 접근은 중국과의 단절이 아닌, 중국의 활동이 영국의 법과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 아래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조건부 교류’로 이해될 수 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보고서가 강조하는 것은 ‘선별적 관여(selective engagement)’이다. 중국과의 무역·투자 관계는 여전히 경제적으로 중요하지만, 기술 및 핵심 인프라 영역에서는 철저한 리스크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영국이 재생에너지, 전기차, 전자상거래 등에서 중국 기술을 수용하는 경우에도 기술 이전, 공급망 다변화, 현지 고용 창출 등 구체적인 조건을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디지털 인프라나 AI, LLM 등 핵심 기술 부문에서는 중국 기업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는 단순한 배척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건적 수용’의 전략이다.
더불어 영국의 대외전략 전반에 있어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이 강조된다. 미국과의 동맹은 여전히 핵심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일방주의 성향과 미국의 국제주의 축소는 영국이 독자적인 정책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보고서는 영국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정책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기보다는, 필요 시 정책적 불일치를 감수하면서도 자국의 안보, 경제, 가치 기반에 부합하는 독립적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는 ‘중국 전략 조정센터(China Coordination Centre)’ 설치가 제안된다. 이는 정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여 중국 관련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통합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디지털 인프라 관련 부품에 대한 평가 기구(과거의 HCSEC)를 부활시켜 기술 수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중국 기업 및 자본의 영향력에 대한 정기적인 감사를 제도화하자는 제안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이 보고서는 영국이 기술, 안보, 경제, 외교 영역에서 기존의 단편적·반응적 접근을 넘어서, 구조적인 전략 구상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음을 분명히 한다.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지만, 그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과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하며, 미국과의 공조 속에서도 자율적인 판단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적 여지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영국의 대중국 전략이 진정으로 준비되어야 할 방향이라고 결론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