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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고 있는 중국
“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고 있는 중국 ” “ China is worried about AI job losses ” 저자 Marianne Lu 발행 기관 랜드연구소(RAND) 발행일 2025년 12월 1일 출처 바로가기 미국의 랜드연구소(RAND)가 12월 1일 발표한 본 보고서는 중국이 인공지능을 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동시에 그로 인해 발생할 고용 충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중국 노동시장은 구조적 불안에 직면해 있다. 비재학생 기준 청년층(16~24세)의 실업률은 18.9%에 이르며, 부동산 금융 IT 등 고용 비중이 큰 부문이 정책 변화와 경기 둔화로 위축되면서 대학 졸업생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이 하루 이용료를 내고 ‘가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흉내를 내고 있으며, 농민공을 비롯한 저숙련 노동자들은 제조업 해외 이전과 부동산 침체의 여파로 플랫폼 노동에 내몰리거나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을 국가 경쟁력 제고와 사회문제 해결의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2025년 8월 발표된 ‘AI+ 계획’은 2027년까지 사회 전반의 AI 보급률을 70%, 2030년에는 9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AI 확산의 초기 충격은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두 집단인 대학 졸업자 출신의 초급 사무직과 단순노동 기반 플랫폼 노동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상반기 대학 졸업자 대상 구직 공고가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는 통계는 중국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미 주요 도시에서는 무인 배달 드론과 자율주행 택시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불만이 우한(武 )에서 발생한 로보택시 반대 시위 등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시진핑 정부는 AI 확산과 고용 안정이 상충하는 목표라고 보지 않는다. AI를 국가 기술 경쟁의 수단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고령화 돌봄 부담이나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 등 사회 문제 해결의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 개혁 개방 시기의 중국은 성장 속도 향상을 위해 국유기업 근로자의 대량 해고를 감내했던 반면, 시진핑 시대는 ‘공동부유’를 내세워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정성을 완화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배달 노동자의 과도한 시간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되었던 알고리즘 규제가 이러한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정책 문건들은 AI 확산과 고용안정의 병행을 공식화하고 있다. AI+ 계획에는 기술 확산에 따른 고용 피해를 완화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었으며, 2025년 양회에서는 ‘AI+ 고용’ 구상이 제안되었다. 이 구상에는 세제 혜택, 임금 지원, 재교육 프로그램 제공뿐 아니라, 특정 직종에서 AI의 대체를 제한하는 내용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흥미로운 변화는 기업 측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AI 개발 기업인 딥시크(DeepSeek)의 관계자가 “AI가 결국 모든 일자리를 자동화해 사회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사례는 기술 기업조차 고용 불안을 의식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중국의 AI 전략은 미국처럼 ‘AI 패권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중국의 정책 문건은 국제 경쟁을 언급하지 않으며, AI의 가치를 국내 경제 회복과 사회 안정 유지에 두고 있다. 중국이 추구하는 AI의 승리는 기술적 우위 자체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AI 발전을 통제하는 데 있다. 중국에게 AI 확산과 고용 안정은 충돌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권력 기반과 사회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동시에 달성해야 할 상호 보완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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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이 중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청년 실업이 중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The 19 Percent Revisited: How Youth Unemployment Has Changed Chinese Society” 저자 Barclay Bram 발행 기관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The Asia Society Policy Institute) 발행일 2025년 9월 3일 출처 바로가기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 산하 중국분석센터가 9월 3일 발간한 「The 19 Percent Revisited: How Youth Unemployment Has Changed Chinese Society」는 중국 청년실업이 사회 전반에 미친 구조적 충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보고서는 먼저, 2025년 4월 중국국가핵공업집단(CNNC)의 채용 공고에 무려 120만 명이 몰린 사례를 제시하며, 안정적 일자리 경쟁률이 하버드 대학 입학보다 훨씬 높은 현실을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 16~24세 청년실업률은 공식 통계로 약 20% 수준을 유지했고, 2023년 21.3%로 최고치에 도달하자 국가통계국이 발표를 중단했다가, 이후 산정 방식 변경으로 수치가 낮아졌음에도 2025년 2월 기준 16.9%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실업률이 이보다 높다고 본다. 여기에 역대 최대 규모인 1,222만 명 졸업생 배출, 미·중 무역전쟁, AI 확산, 주택시장 침체, 소비 위축이 겹쳐 청년층의 ‘좋은 삶’ 이행 경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둘째, ‘내권(內卷, involution)’ 개념이 청년세대의 좌절감을 상징한다. 노동력에서 청년층 비중은 7%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직면하는 반복된 실패 경험은 사회 전반에 파급력을 갖는다. 교육 수준은 높지만 기회는 축소되어, 첫 사회 진입 경험이 좌절·거부로 점철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결혼·주택 구입 등 인생의 이정표가 지연되고, 소비 축소가 다시 경기 둔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실제로 2018~2022년 전체 소비 위축의 45%가 20·30대에서 비롯됐다. 셋째, 전통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기계화는 청년 고용난을 가중시켰다. 2019~2023년 동안 12개 노동집약 산업에서 340만 개 일자리가 줄었고, 기계화로 대체된 자리는 불안정한 ‘플랫폼경제’로 흡수됐다. 현재 약 2억 명이 각 노동에 종사하며, 1천만 명 이상의 음식배달 기사 중 20%는 대학 졸업자, 7만 명은 석사 학위자다. 하지만 배달업계는 임금 하락과 과로, 조직화 시도의 탄압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고, 드론 배달 확산은 향후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대체할 전망이다. 넷째, 심리적·사회적 충격도 심각하다. ‘피로한 노동마’(workhorse)라는 신조어는 자기 탓을 하는 청년세대의 심리를 드러내며, 청년 자살·과로사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17~2021년 도시 청년 자살률은 두 배로 늘었고, 2024년에는 Shopee, iFlytek 등 IT 기업에서 과로사가 발생했다. 일부 기업은 ‘반(反)내권 정책’을 도입했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중공중앙기관지 『치우스(Qiushi)』마저 과도한 경쟁을 “산업·기업을 심각히 해친다”라고 지적했지만, 구조적 개혁은 대량 실업과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다섯째, 청년들은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2023년 정치적 망명 신청자는 12만 명으로 후진타오 시절 대비 12배 늘었으며, 2024년에는 미국 남부 국경에서 적발된 중국인이 2만 5천 명에 달했다. 국내에서는 생활비 부담이 적은 청두나 헤이룽장 허강 같은 도시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청년실업이 중국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흔드는 잠재적 위협임을 지적한다. 과거 ‘성장의 성과’라는 사회계약이 흔들리면서 불평등을 개인의 탓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럼에도 청년층은 안정적 일자리를 얻기 위해 더 보수적·순응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당원 지원과 공공부문 취업 열기는 그 반증이다. 이는 체제 지지라기보다 불안의 표현이다. 결국 한 세대 전체가 ‘좋은 삶’에 대한 깊은 회의와 존재론적 불안을 안고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의 대응 방식이 중국 사회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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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제조2025 차세대 산업정책으로 이어질 만큼 충분히 성공적
“중국제조2025– 차세대 산업정책으로 이어질 만큼 충분히 성공적” “Made in China 2025– successful enough to make an industrial-policy sequel credible” 저자 Andreas Mischer 발행 기관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 발행일 2025년 8월 25일 출처 바로가기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가 8월 25일 발표한 「Made in China 2025 – successful enough to make an industrial-policy sequel credible」은 중국제조 2025 정책의 10년을 평가하며, 이 전략이 충분히 성과를 거둔 만큼 차세대 산업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5년에 출범한 중국제조 2025는 본래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세계적 첨단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산업 업그레이드 계획이었다. 당시에는 10대 핵심 산업—로봇, 항공우주, 첨단 IT, 신에너지차, 바이오의약 등—에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그러나 2018년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화웨이·ZTE 제재를 계기로 정책 방향은 크게 바뀌었다. 단순한 산업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기술 자립과 공급망 국산화, 나아가 경제 안보 확보가 전략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성과는 분야별로 크게 엇갈렸다. 철도 장비, 신에너지차, 태양광·풍력·원전 설비 등에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압도할 정도의 성취가 있었다. 예컨대 중국고속철공사(CRRC)는 2022년 세계 철도차량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고, 중국 신에너지차는 내수의 90%를 공급하면서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했다. 반면, 첨단 반도체 리소그래피 장비나 고급 의료기기, 바이오의약 분야에서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았다. 산업 로봇과 항공우주도 목표 달성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으며, 특히 C919 여객기는 주요 부품을 외국산에 의존한 채 제한적인 성과만 거뒀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분명히 드러났다. 정부가 수요보다 공급 확대에 치중하면서 과잉투자와 과잉생산, 비효율 문제가 불거졌다. 2025년 현재 산업기업의 약 20%가 적자 상태에 빠졌고, 신에너지차 업계는 치열한 가격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단기적인 손실보다 장기적인 기술 돌파구를 더 중시하며, 경쟁 속에서 결국 혁신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2023년 시진핑이 제시한 “신질 생산력(New Productive Forces)” 개념은 중국제조 2025 이후 산업정책의 방향을 상징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디지털화, 탈탄소화를 기반으로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을 동시에 혁신하는 종합 전략이다. 석유화학, 철강, 기계 등 기존 제조업도 버리지 않고 업그레이드해, 해외 이전을 막고 자국 내 가치사슬을 완성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산업인터넷을 전국 산업단지에 확산시키려는 중국 공업 및 정보화부(MIIT)의 계획 역시 이러한 ‘전통산업-첨단산업 통합’ 구상의 일환이다. 보고서는 특히 트럼프 2기의 대중 무역정책이 시진핑에게 현재 노선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 내부에서는 반도체 장비 같은 핵심 기술을 대상으로 한 “중국제조 2035”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 명칭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산업정책의 기조—자립, 국산화, 경제안보 중심의 산업체제 구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긴장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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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 대안을 묻다
2025 년 9 월호 『 인차이나브리프 』 저자노트는 『 중국의 미래 , 대안을 묻다 』 의 편자인 이희옥 교수의 글을 게재합니다 . 이 책은 지금까지 구체적 시나리오 분석이나 정책적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온 기존의 중국 미래 연구와 달리 , “ 중국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가 ” 라는 당위적 차원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 즉 , 보다 평화롭고 지속가능하며 협력적인 세계를 만들기 위해 중국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한국적 관점에서 모색한 새로운 접근입니다 . 책은 중국의 체제와 이념의 구속성을 ‘ 있는 그대로 ’ 인정하면서 , 현실에 기반한 미래 기획의 방향과 의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이 책은 변화하는 국제질서의 대혼돈 속에서 중국이 어떤 미래를 ‘설계 해야 하는가’를 제안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의 정치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규범적, 비관적 평가를 넘어 현재 당국가(Party-state)체제, 미중 전략경쟁과 국제환경, 경제적 침체, 사회적 갈등과 긴장 등 주어진 조건 속에서 중국이 대안의 미래를 만든다면 어떠한 상상력이 필요한가를 묻고자 했다. 특히 패권국가로서의 초조감, 흔들리는 기축 통화체제, 대도시의 포화, 민주주의의 역진(backsliding) 속에서 미래 질서를 미국에 온전히 맡기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국제적 발언권 강화를 필요로 하고 개발도상국으로서 실험공간이 남아 있으며, 추격국가로서 소프트 파워를 확대해야 하는 중국이 세계를 향해 무엇을 발신해야 하는가를 정치, 경제, 국제, 사회, 기술 등의 각 영역 의제를 제3의 시각에서 제시했다. » 공공선을 향한 미래기획의 배경: 전지구적 혼돈 오늘날 국제질서는 ‘세력권의 정치’, ‘강대국 정치의 비극’이 나타나면서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국제무역, 연대와 협력에 기초한 다자주의, 글로벌 가치사슬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바로 그 자리에 패권주의, 일방주의, 민족주의, 자국우선주의, 인종주의, 인기영합주의 등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이것은 어렵게 쌓아 올린 지구촌의 평화와 연대를 향한 인류의 오랜 열망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미·중 전략경쟁의 첨예한 균열대(fault line)인 동아시아에 옮겨붙었다. 사실 동아시아는 경제협력과 인문교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지역공동체와 지역 정부를 설계하는 상위정치(high politics)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이 지속되어 왔다. 따라서 세계화와 반세계화를 동시에 성찰하고 대안적 이니셔티브 또는 발전모델을 상상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간 이 지역에서 강대국의 전쟁, 핵전쟁이 없는 질서가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의 세계와 다양한 문명(One World, Multi-Civilizations)’의 시대, 국경과 민족을 넘어 사고하고, 모든 사람과 재화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하나의 ‘지구촌’에 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치체제와 제도, 가치와 이념, 문명의 충돌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영토분쟁과 핵 위협 등 각자도생의 안보현상은 결코 우연히 나타난 것이 아니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고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가져온 생활세계의 변화는 전문가과 일반인의 경계를 허물고 있을 뿐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이런 점에서 국가와 세계는 미래와 인간을 위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처럼 제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 물질적 부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으나,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보편적 규범과 메커니즘의 부재 속에서 인간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고 국제질서도 무역과 기술, 제도와 규범, 가치와 이념 등의 영역에서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과 국가주의가 부활하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 ‘지금 여기서’ 이 고리를 끊지 못하면 지구의 불확실성, 불명확성, 불안정성, 예측 불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약육강식의 수직적 국제질서를 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존중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작업도 더는 미뤄둘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인공지능 및 Chat-GPT가 가져온 변화는 단순한 바이러스나 기술혁신의 영역이 아니라 지난 500년간 지속해 온 근대 과학기술 문명, 지구의 존재방식, 인간중심적 역사관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정보화·과학기술 발전을 수단으로 삼는 ‘평평한 지구’, 주권국가의 독립적 존재를 넘어 주권적 의무(sovereign obligation)에 복무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모색하는 것이 절실해졌다. 따라서 손에 잡히는 정책부터 실험해 볼 필요가 있었고, 중국의 미래와 그 대안을 묻는 작업도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 바닥을 향한 미중경쟁의 극복과 중국 이니셔티브 미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자유’와 ‘질서’를 쉽게 버리고 있고, 중국은 그 공백을 파고들면서 새로운 질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2025년 9월 초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이른바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80주년 기념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세계를 ‘전쟁’과 ‘평화’의 대립, 서방과 비서방을 구분했고 이 자리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도 제기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의 최종상황(end state)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 시대가 저물어도 미국 우선주의, 미국 우월주의 기조는 유지될 것이란 점이다. 2025년 제시한 미국의 방위전략(NDS) 초안의 핵심도 미국의 본토 수호에 주력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즉 미국이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대신 경제력과 군사력 등 ‘힘을 통한 거래’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사고와 방식으로는 미국이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정점론(Peak China)을 수용하지 않는다. 중국 정점론의 핵심은 부동산 거품, 국가와 지방정부의 막대한 채무, 저출산 고령화, 성장잠재력의 저하 등으로 중국에 점차 ‘기회의 창’이 닫히고 ‘취약성이 창’의 열리기 시작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제1차 대전과 제2차 대전의 역사적 경험에 비춰 중국은 취약성의 창이 더 열리기 전에 대만침공과 같은 공세적 군사정책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중국정점론에 대비하기보다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는 근접한 경쟁국(near peer competitor)으로서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즉 중국의 부상은 임박한 위협이기 때문에 모든 가용한 자원을 동원해 중국의 기세를 조기에 꺾는 것이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과거 미중 관계는 하나의 카르텔처럼 움직인 것과는 달리 점차 디커플링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고 ‘협력 속 부분적 갈등’보다 ‘갈등 속 부분적 협력’이 나타날 것이다. 반면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공세에 대해 참호를 깊게 파고 지구전(持久戰)으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갈등을 파고들면서 중-유럽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아시아 맹방인 일본, 호주, 인도, 한국 등과 관계를 개선해 미국의 힘을 빼고 있다. 중국과 인도 관계 개선을 통해 국경분쟁을 종식하고 국경시장을 확대하거나, 중국-호주의 경제관계를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시켰으며, 일본과 한국에 대한 한시적 관광비자 면제 조치를 일방적으로 전개한 것도 다분히 이러한 전략적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2025년 4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중국주변공작회의>를 주재하면서 주변전략을 국가 대전략의 핵심으로 간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미중 질서경쟁에 대비해 글로벌 사우스에 강력한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공고화하는 한편, 일부 저개발국가에 대해서는 미국의 일방적 관세정책과 달리 무관세, 저관세로 맞서고 있다. » 새로운 게임체인저, 과학기술 경쟁 미국과 중국 모두 향후 미중 간 국면 전환 요소(game changer)가 과학기술과 미래산업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신형거국체제’를 수립하는 등 총동원 체제를 가동했다. 첫째, 핵심기술과 산업에 필요한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해외의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 재편 등 연구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둘째,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학이 연계하여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반도체 빅 펀드 등을 조성했으며, 정부 조달 체계도 전면적으로 재편 중이다. 셋째, 강력한 정책 의지이다. 당과 정부는 과학기술위원회, 민군융합발전위원회 등을 조직해 핵심기술과 산업에 대한 자주화 실현을 위한 정책의지를 보이고있다. 당의 핵심인 중앙 정치국 집체회의에서 과학기술 관련 의제가 자주 논의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넷째, 향후 중국의 미래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외곽에서 중심을 포위하는 과학기술 외교도 선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표준 2035>나 제15차 5개년 규획(2026-2030년)의 정책 방향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중국은 양자역학, 통신장비,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에서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루었다. 2015년에 시작한 <제조2025>에서 제시한 목표 중 반도체 자급률을 제외하고 다른 분야는 목표 대비 달성률이 86%에 이르렀다. 제2의 스푸트니크로 불리는 딥시크(DeepSeek), 화웨이사의 7나노칩, 알리바바의 신형 인공지능칩 등의 출현도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유일하게 대중국 경쟁력의 기반을 갖춘 ‘산업의 쌀’인 반도체 분야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를 통해 중국의 기술적 진화를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동맹국과 생각을 같이 하는 국가(like-minded countries)를 동원해 수출통제 방식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4차산업의 주요 영역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고 있고 일부 영역에서는 우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반도체마저 내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가 중국의 활력을 주춤거리게 했으나, 다른 한편 ‘강요된 자립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추격 속도가 빨라지는 측면도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인 젠슨 황도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가 실패한 정책이며 오히려 중국의 기술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양국의 과학기술 경쟁이 인문주의적 통제 없이 극단을 치닫고 있고 이것이 군사적으로 활용될 때의 위험은 보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 중국의 미래기획,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 그동안 중국의 미래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고 구체적 시나리오 분석을 제시하면서 맞춤형 정책도 제시해 왔다. 그러나 ‘보다 평화롭고, 보다 지속 가능하고, 보다 협력적 세계’를 만들기 위해 중국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와 당위적 질문은 생략되었다. 이 질문은 중국의 미래를 정태적으로 해석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미 패권국가이자 기축통화 국가인 미국은 운신의 폭이 좁고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관심이 줄어들었다. 이런 점에서 역설적이지만 중국의 체제와 이념의 구속성을 ‘있는 그대로(what it is)’ 수용하면서, 현실에 가까운 미래기획의 방향과 어젠다를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서는 몇 가지 대안적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첫째, 지구적 평화와 새로운 거버넌스의 영역이다.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대량살상무기 제한 등과 같이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대안의 경제 영역이다. 현재와 같은 달러 패권체제는 수평적 경제 관계를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21세기 자본주의 재수정에서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국유영역을 과감하게 줄이고 민영경제와 사영경제 발전을 역진불가능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속가능한 사회 영역이다. 이것은 인구와 노동 등의 해결 방안에서 일국적 사유를 넘어 국제적 지평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공동화를 극복하는 스마트도시, 노동력의 국제적 유동, 도농의 협력적 통합, 글로벌 수준의 인구관리 등과 같은 의제를 모색해야 한다. 넷째, 미래산업의 영역이다. 중국의 기술 부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 인공지능 등의 영역에서 데이터 플랫폼의 국제표준과 공공성 제고, 인간과 새로운 산업관계에 대한 새로운 문제제기, 인공지능에 대한 인문주의적 통제규범을 제정하는 등 새로운 방향을 선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다섯째, 중국의 당국가 체제를 급격하게 전환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능력주의(Meritocracy)를 혁신하는 한편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개방적인 내부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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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먼 모델'을 활용한 대만해협 전략 조정
“중국, ‘진먼 모델’을 활용한 대만해협 전략 조정” “China learns from the Kinmen Model to adapt its strategy for a naval campaign against Taiwan” 저자 Erik Green 발행 기관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발행일 2025년 7월 11일 출처 바로가기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7월 11일 발표한 「China learns from the Kinmen Model to adapt its strategy for a naval campaign against Taiwan」는 양안접경인 진먼(金 ) 모델을 통한 중국의 대만 해상통제 전략 움직임을 분석하고 있다. 2024년 5월부터 중국은 대만의 속령인 진먼 주변 해역에 중국 해경(CCG)을 정기적으로 진입시키며, 이를 ‘진먼 모델’로 명명하였다. 이 모델은 군사력 사용 없이 법적·행정적 수단을 동원해 대만의 관할권을 약화시키고, 중국의 주권과 법집행 권한을 해당 해역에 주장하려는 법전쟁(lawfare)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은 진먼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킨 새로운 해상통제 전략인 ‘도서통제모델(控 模式, Island Control Model)’로 확대하였다. 이 모델은 세 가지 주요 요소—정밀타격, 정밀봉쇄, 정밀정책 집행—을 핵심으로 하며, 대만 전체에 대한 해상 차단 및 법적 정당성 확보를 포함한다. 첫째, ‘진먼 모델’은 단순한 순찰을 넘어서 법적·전술적 실험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2024년 5월 이후 중국 해경은 정기적으로 진먼 해역에 진입하여 고정 항로 순찰에서 전역 순찰로 전환하였고, ‘항시 대응’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중국이 해상 통제를 평시적 행위로 정착시키려는 시도였다. 둘째, 이 모델은 2024년 6월 ‘22개 조항’(反분열법의 확대 해석)을 통해 법적 기반이 강화되었으며, 중국 관영매체는 이를 통해 대만의 집권당인 민주진보당(DPP)의 방해로 중단됐던 해상 관광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선전하였다. 이는 중국이 ‘대만 동포’의 안전 보호 명분으로 무력행사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셋째, 2025년 4월 실시된 대규모 군사훈련 ‘해협의 천둥-A’ 이후 중국은 전략 모델을 ‘진먼 모델’에서 ‘도서통제모델’로 공식 전환했다. 이 훈련에서는 다방향 정밀타격, 요충지 봉쇄 시뮬레이션 등이 포함되었으며, 중국은 이를 통해 대만 전체를 봉쇄하고 고립시키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도서통제모델은 중국 해경의 임무를 더욱 확대하며, 탈출하는 ‘분리주의자’ 색출 등 ‘법 집행’ 기능도 수행하게 된다.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해군작전 교리에 ‘법 집행 주체로서의 해경’을 통합시킨 새로운 발전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진먼에서의 저강도 해상 침투에 대만이 강력히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이를 ‘전략적 시험’으로 간주하며 대만 본섬 및 해협 전역으로 모델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진먼 모델’은 중국의 대만 정책에서 군사·법률·심리전이 결합된 혼합 전략의 실 장이며, ‘도서통제모델’은 이를 기반으로 한 전면적 봉쇄·통제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향후 대만에 대한 봉쇄 작전 또는 ‘비전통적 무력행사’를 정당화하는 기반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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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중국전략 조정 방안
“영국의 중국전략 조정 방안” “What the UK must get right in its China strategy” 저자 William Matthews 발행 기관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 발행일 2025년 7월 8일 출처 바로가기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가 7월 8일 발표한 「What the UK Must Get Right in Its China Strategy」는 영국의 대중국 전략이 새로운 지정학적 국면에서 어떻게 조정되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회복탄력성(resilience), 유연성(flexibility), 자율성(autonomy)’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기반해, 영국이 미중 간 전략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전략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수동적 혹은 일방적 대중 전략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국익을 중심으로 능동적이고 조건부적인 대중국 접근을 추구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무엇보다 보고서는 중국이 해외에서의 통제와 억압 활동을 점차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가치에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홍콩 출신 인사, 위구르인, BNO 여권 소지자 및 중국 유학생을 영국 내에서 감시하거나 압박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 내 자유의 공간을 위협하고 있다. 아울러 사이버 안보 위협, 학술적 자유에 대한 개입, 정치 기부 등을 통해 중국은 영국의 제도와 담론에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더욱 정교하고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민주주의와 시민권을 보호하는 강력한 제도적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중국 관련 기관의 활동을 등록 및 감시하는 외국영향등록제(FIRS)의 도입, 해외 탄압 사례에 대한 공식 조사 및 처벌, 그리고 사이버 보안 및 정보 주권 강화를 위한 정책 재정비가 제안된다. 이러한 접근은 중국과의 단절이 아닌, 중국의 활동이 영국의 법과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 아래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조건부 교류’로 이해될 수 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보고서가 강조하는 것은 ‘선별적 관여(selective engagement)’이다. 중국과의 무역·투자 관계는 여전히 경제적으로 중요하지만, 기술 및 핵심 인프라 영역에서는 철저한 리스크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영국이 재생에너지, 전기차, 전자상거래 등에서 중국 기술을 수용하는 경우에도 기술 이전, 공급망 다변화, 현지 고용 창출 등 구체적인 조건을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디지털 인프라나 AI, LLM 등 핵심 기술 부문에서는 중국 기업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는 단순한 배척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건적 수용’의 전략이다. 더불어 영국의 대외전략 전반에 있어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이 강조된다. 미국과의 동맹은 여전히 핵심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일방주의 성향과 미국의 국제주의 축소는 영국이 독자적인 정책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보고서는 영국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정책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기보다는, 필요 시 정책적 불일치를 감수하면서도 자국의 안보, 경제, 가치 기반에 부합하는 독립적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는 ‘중국 전략 조정센터(China Coordination Centre)’ 설치가 제안된다. 이는 정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여 중국 관련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통합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디지털 인프라 관련 부품에 대한 평가 기구(과거의 HCSEC)를 부활시켜 기술 수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중국 기업 및 자본의 영향력에 대한 정기적인 감사를 제도화하자는 제안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이 보고서는 영국이 기술, 안보, 경제, 외교 영역에서 기존의 단편적·반응적 접근을 넘어서, 구조적인 전략 구상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음을 분명히 한다.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지만, 그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과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하며, 미국과의 공조 속에서도 자율적인 판단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적 여지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영국의 대중국 전략이 진정으로 준비되어야 할 방향이라고 결론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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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조업 2025의 진화
“중국 제조업 2025의 진화” “Beyond Made in China 2025 – China’s dream of broad-based industrial greatness” 저자 Max J. Zenglein 발행 기관 독 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 발행일 2025년 6월 4일 출처 바로가기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가 6월 4일 발표한 「Beyond Made in China 2025 – China’s dream of broad-based industrial greatness」는 중국의 산업정책이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이하 MIC25)를 넘어 전면적 산업패권 전략으로 진화한 과정을 분석하고, 그 경제적·지정학적 함의를 다각도로 조망하고 있다. 2015년 중국은 ‘중국제조 2025’이라는 산업전략을 발표하며, 저비용 제조기지에서 첨단기술 중심의 산업강국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초기에는 열 가지 핵심 산업 분야—철도장비, 전기차, 전력설비, 첨단 IT, 바이오의약품, 고성능 의료기기, 항공·우주, 신소재 등—에 집중되었으며, 이 전략은 이후 10년간 중국의 기술역량 제고를 주도해왔다. 이 기간에 중국은 철도, 전기차, 전력설비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고급 반도체, 항공, 바이오의료기기 등 고난도 영역에서는 여전히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MIC25는 광범위한 기술혁신 붐을 촉진하여, 수입 의존도를 현저히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MERICS 무역의존도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 또는 EU로부터 주로 수입하던 품목 수는 2000년 351개에서 2022년 177개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과 EU가 중국에 의존하게 된 품목은 953개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 내 ‘병목지점(choke point)’을 통제하는 국가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MIC25는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국가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비록 공식 문서에서 ‘MIC25’라는 용어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 핵심 산업군은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 그대로 포함되어 있으며, 중국의 전략적 경제안보 정책의 기반이 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공급망 재편과 자립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중국은 오히려 기존 글로벌 제조 경쟁력 유지·강화를 노골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현대 중국의 산업정책은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반의 생산력 강화와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되었다. 중국 정부는 5G, 인공지능(AI), 녹색기술을 단일한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간주하고 이를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시키고 있다. 운영체제, 통신기기, 친환경기술, 신소재, 바이오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진보는 생산성·품질·안보 역량 향상에 기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시진핑 정부가 강조하는 ‘중국식 현대화’ 구상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2023년 이후 ‘신생산력(new productive forces)’이라는 개념을 통해 재구성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20기 3중전회(2024년)는 AI, 신소재, 양자기술 등 혁신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국가 경제 장기전략의 핵심 과제로 명시하였다. 중국의 산업정책은 이제 ‘수평적 정책(horizontal policy)’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는 산업 간 융합과 범용기술의 파급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도 제조 역량을 갖춘 전방위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중소기업 및 혁신 기업도 동시에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MIC25 시기부터 시작된 ‘리틀 자이언츠(Little Giants)’ 프로그램을 통해 15,000개 이상의 고기술 중소기업이 육성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주도형 산업기술 진흥전략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동시에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라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중국의 산업 성장 전략은 소비 중심 성장으로의 전환을 미룬 채 제조업 중심 구도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중산층의 소비심리 위축과 가계의 미래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내수 진작 효과는 미미하고, 경제 전반에 구조적 긴장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로서는 소비 중심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국가 노선을 유지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내적으로는 중산층 불만과 계층 간 격차, 외적으로는 선진국과의 무역 불균형과 기술패권 경쟁 심화라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결국 MIC25가 촉발한 성장 모델은 지금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으며, 중국의 산업전략은 이제 성과뿐 아니라 지속가능성도 검증받아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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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 체제와 경제 발전의 한계 - 시진핑 정권의 과제
“중국의 정치 체제와 경제 발전의 한계 - 시진핑 정권의 과제” “中 の政治 制と 展の限界 習近平政 の課題” 저자 湯 健司 외 발행 기관 일본경제연구소 (JCER) 발행일 2025년 5월 27일 출처 바로가기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5월 27일 『中 の政治 制と 展の限界 習近平政 の課題』의 요약본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총 9개 장을 통해 중국의 정치경제 구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시진핑 체제하에서 노정된 체제 내 모순과 한계를 조명하고 있다. 1장에서는 중국의 정치체제가 덩샤오핑 시기의 '집단지도 체제'에서 시진핑 1기 이후 급격히 중앙집중적이며 전체주의적 성격을 띤 통제체제로 회귀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최고지도자에게 권력이 집중된 결과, 정책 오류에 대한 내부 견제가 작동하지 않게 되었고, 그로 인해 정책 실패의 비용은 더 커지고 있다. 이는 장기적인 시장의 자율성과 제도 신뢰의 약화로 이어진다. 2장에서는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 속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대외경제 전략의 변화가 다뤄진다. 미국의 기술제한과 공급망 분리 정책에 대응하여,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관계 강화, 일대일로 재정비, 아세안·중동·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실용적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국제무역·금융 질서에서의 고립을 초래하고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3장에서는 민간기업, 특히 IT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위축이 집중 조명된다. 당국은 2020년 이후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했고, 이는 시장의 혁신 역동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등 민간 주도 대기업은 사실상 당의 통제 아래 놓였고, 고위험 창업에 대한 금융과 인력의 유입이 급감하면서 ‘두뇌 유출’ 현상이 본격화되었다. 4장에서는 '차이나 리스크'라는 개념을 실증 분석한다. 일본 기업을 포함한 외국기업들은 중국 내 정치적 리스크와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에 생산거점을 아세안이나 인도로 이전하거나 신규 투자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특히 일관되지 못한 규제 집행, 민감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 제한,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법제 강화는 외국기업의 전략적 유연성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5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침체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한다. 2021년 이후 중국의 주택 판매는 급격히 감소하였고, 헝다그룹 등 대형 부동산 개발사의 디폴트 사태가 시장의 전반적 신뢰 붕괴를 유발했다. 정부의 정책 개입은 일시적 유동성 지원에 그쳤고, 미완공 주택 정리, 디벨로퍼 구조조정, 지역정부 채무 처리 등 근본적 개혁은 지연되고 있다. 시장은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소비자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6장에서는 고령화 심화와 사회보장제도의 비효율이 조명된다. 중국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지만, 사회보장 체계는 지역·계층 간 격차가 심각하다. 도시 근로자와 농촌 인구, 공무원과 일반 노동자 간의 연금 수령액 차이는 크며, 의료보장도 통합되지 않았다. 이는 노년층의 소비 위축과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내수 기반 확장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7장에서는 청년층의 고용 위기가 구조화되고 있음을 분석한다. 고등교육 이수자 수는 급격히 증가했지만, 디지털·게임·인터넷 산업에서의 구조조정과 공공부문 채용 축소로 인해 청년층이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특히 경험 없는 구직자들에게 제공되는 진입 경로가 사라지면서 '경험 없는 실업자' 집단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미래 노동생산성 약화로 직결된다. 8장에서는 국유기업 개혁의 후퇴가 다뤄진다. 1990년대 추진되었던 '전략적 개편' 기조는 점차 소멸되었고, 시진핑 체제는 국유기업을 전략산업의 ‘수행 도구’로 재정의하였다. 국유기업은 공공 서비스 제공보다는 당의 정책 목적을 실행하는 기관으로 변모하였으며, 이로 인해 민간기업은 자원 배분에서 배제되고 경쟁 환경도 왜곡되고 있다. 9장에서는 시진핑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식량자급 전략이 소개된다. 3기 체제 들어 ‘식량안보’는 헌법 수준의 정책 목표로 격상되었으며, 곡물 자급률을 유지하기 위한 농업 보조금, 집단소유제의 고수, 농촌진흥 기금 등 다양한 정책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 지역 간 불균형은 여전히 심각하며, 농업생산성 제고를 위한 근본적 제도 개혁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분석을 종합하며, 중국이 직면한 경제 위기와 사회 불안, 외교적 고립은 모두 정치체제의 구조적 경직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결론내린다. 시진핑 정권이 당면한 핵심 과제는 단순한 '경제활력 회복'이 아니라, 당-국가 체제의 비효율성과 권력 집중이 초래하는 정책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치개혁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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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세가 한눈에 읽히는 부의 지정학
2025 년 6 월호 인차이나브리프 저자노트는 『 세계 정세가 한눈에 읽히는 부의 지정학 』 의 저자인 이재준 박사의 글을 실습니다 . 이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기업이 직면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 그 경제적 함의를 탐색합니다 . 전통적으로 정치 · 안보 영역에서 다루어져 온 지정학을 경제적 관점에서 조명하며 , 경제안보 , 공급망 충격 , 무역 제재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정치와 경제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 이재준 박사의 저작은 복잡한 세계 정세를 이해하고 , 이에 대한 실용적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 ‘세계 정세가 한눈에 읽히는 부의 지정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경제적 관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기업이 직면한 지정학적 위험 요인들을 제시함으로써, 기업 경영과 투자 판단에 참고할 수 있도록 서술되었다. 지정학의 귀환이라고 부를 정도로 지정학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제에서 갖는 의미를 무엇인지를 보여준 책들은 찾기 힘들다. 이 책은 경제라는 관점에서 지정학을 보았다. » 지정학적 리스크의 대두 경영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정치적 리스크라는 말을 사용했다. 정치적 리스크는 국가 위험의 일종으로 일련의 정치적 변화로 야기되는 차입자의 지불거절, 채무불이행, 투자 활동 중단 및 진출 기업의 철수 등 제반 사태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엔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말이 투자자나 기업인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정치적 리스크가 단일 국가 차원에 더 의미를 두는 것처럼 이해되는 반면,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가 간 분쟁, 갈등에 중점을 두는 것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특히 탈냉전 이후 자유무역 질서가 확대되고, 기업의 영업 활동이 세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은 국가를 넘어선 지정학적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 국가 갈등과 경제적 후과 지금 세계에서는 국가 간 여러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군사 충돌 상황이, 한반도에서는 북한이 무력 도발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결속에 대항해 미국은 자유주의 국가 간 연대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른바 ‘가치 전쟁’이다. 국가 간 갈등은 기업의 국제적 사업 거래에서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쿠바의 기업들은 미국의 장기간 봉쇄로 미국과의 거래가 막힌 바 있다. 또한 미국은 이란을 악의 축, 불량 국가 등으로 비난하면서 오랜 시간 경제 봉쇄 정책을 취했다. 이란은 원유 자원이 있음에도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가 간 갈등은 공급망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2013년 5월 9일 조업 중이던 대만 어선이 필리핀 해양경비대의 총격을 받아 어선에 타고 있던 어민 한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놓고 양국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었다. 필리핀 해양경비대는 불법조업 중이던 대만 어선이 필리핀 영해에서 필리핀 경비정을 들이받으려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총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대만 정부는 이 발표에 반론을 제기했다. 항해 기록장치 분석 결과, 해당 어선이 필리핀 영해를 침범하지 않았으며, 총격이 배타적 경제수역 중첩지역에서 일어났다고 반박했다. 이 일로 대만 정부는 필리핀 노동자 수입을 동결하고 필리핀 주재 자국 대표부를 철수시켰다. 이어 적색 여행경보 발령, 고위급 교류 중단, 경제 협력 중단, 농어업 협력 중단, 과학기술 협력 중단, 항로권 협상 중단, 온라인 비자 면제 신청 중단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심지어 대만 해군은 총격 사건이 발생한 해역에서 군사훈련도 실시했다. 대만과 필리핀의 충돌은 기업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필리핀에서 대만 공장으로 부품을 정기적으로 가져오던 다수의 대만 IT 기업들이 심각한 압박을 받았다. 또 필리핀 노동자의 유입이 막히면서 대만 제조업체들은 제품 제조에 상당한 곤란을 겪어야만 했다. 이처럼 국가 간의 정치적 갈등은 타국의 시장 접근에 심각한 제한을 가져온다. 정부가 다른 국가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서 자국 시장에 물건을 팔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016년 7월 8일 한국은 한국 주둔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사드)를 공식 발표했는데, 이에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이후 중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인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졌다. 물론 공식적으로 밝힌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사드 발표 이후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자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취해왔다. 특히 한국의 경우, 아이돌 그룹의 중국 공연이 금지되었으며 한국 드라마도 방영이 전면 중지되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중국과의 갈등으로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 세계 곳곳의 전쟁과 지역경제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전쟁은 어떨까? 전쟁은 무역 거래 중단은 물론 원자재 가격 상승, 투자 위축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업의 이윤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전쟁은 국가 간에도 일어날 수 있지만, 국가 하부 단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여러 전쟁이 동시에 일어나는 다중 분쟁의 가능성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 걸쳐 형성된 이슬람 국가 Islamic State, IS는 정부군과 전쟁을 벌이면서 중동 정세의 불안을 야기했다. 이러한 중동 정세의 불안은 결과적으로 유가 상승의 위험을 부추겼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세계적인 곡물 가격의 상승을 초래했다. 전쟁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첫째, 전쟁은 잠재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투자, 영업 활동을 차단한다. 기업이 특정 지역에서 영업하거나 특정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1974년, 많은 외국 기업의 지역 본사가 있던 레바논은 글로벌 경제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년 후인 1975년 말, 레바논 베이루트나 다른 주요 도시에 남아 있던 모든 기업이 심각한 전쟁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레바논의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 사이에 자리하고 있던 종교적 갈등이 내전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이 내전은 레바논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철수하는 사태를 불러왔다. 둘째, 전쟁으로 특정 지역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공급망을 방해할 수 있다. 상품 운송, 해외 기업과의 협력이 전쟁으로 무너지면서 공급망에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란은 이라크의 석유 수출을 가로막기 위해 걸프해역을 공격했다. 이 공격은 핵심 해상교통로인 걸프해역의 해운 물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국가 간 갈등만이 정치적 리스크에 포함될까? 사실 테러리즘 같은 비국가 형태의 갈등도 정치적 리스크에 포함된다. 테러리즘은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적에게 최대의 심리적 충격을 주는 방법을 고안한다. 대표적인 것이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폭파 사건이다.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 빌딩에 충돌시켰고, 이 모습은 전 세계인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 경제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최근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는 경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2020년을 전후로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의 가치가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경제안보는 국가 경제에 대한 다른 국가의 위협에서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유로운 국제무역 질서가 국가 간 갈등이나 정치적 의도에 의해 교란되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자국의 경제와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경제안보다. 정치적 의도에 의해 세계의 무역질서가 교란되는 상황에서는 경제가 자유시장경제에 따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에 영향을 받으며 흔들린다. 경제안보는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고 혼합되는 상황에서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경제 문제에서 정치적 변수의 비중이 확대된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반도체 시장은 1980년대 초반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 PC가 대중화되면서 급속하게 성장했다. 반도체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미국 내 인건비가 상승하고, 디자인 및 공정비용 등이 증가하는 문제가 생겼다. 그러다 국제적인 분업 구조를 형성하는 쪽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반도체의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은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에 분산된 국제적 가치사슬(Value Chain)로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반도체 산업이 취한 국제적 분업 구조로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국가 간 정치적 갈등에 취약해졌다. 미중 전략 경쟁에 따라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통제하고,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쓰이는 중국산 소재의 수입을 제한했다. 또 한국 대법원이 과거 일제시대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 정부는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와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섰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때문에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첨단기술 제조업에 사용되는 희귀 광물수출에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런 지정학적 문제는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국가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우호적 관계가 필수다. 만일 국제적으로 분업화된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반도체 생산이 큰 난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이런 국제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국가의 위협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보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바로 이를 ‘경제안보’라고 한다. 경제안보라는 말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회자된 시기는 2020년 전후다. 이는 경제안보 문제가 이 시기부터 부각되었음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본격화했고,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무력 분쟁이 벌어졌다. 그 결과 국가 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업들의 국경을 넘어선 경제 거래에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 냉전 시기에도 경제안보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미국 중심의 자유 진영과 소련 중심의 공산 진영으로 나뉘긴 했지만, 적어도 같은 진영 내에서는 경제안보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자유 진영 내에서는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무역이나 국제적분업 구조에 장애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소련을 위시한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공산-자유 진영 간에 막혀 있었던 장벽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냉전이 끝난 이후 미국 중심의 자유무역질서는 점점 더 공고화되었고, 국제적 분업 구조가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를 다른 말로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혹은 세계화라 일컫는다.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탈근대적 세계 질서가 출현한 것이다. 기업들은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여러 국가에 걸쳐서 부품, 소재를 공급받아 완성품을 만들어왔다. 탈냉전 이후 세계화와 자유무역질서를 바탕으로 형성된 전 지구적 가치사슬은 세계 경제를 안보적 위협에 노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계기는 바로 ‘미중 전략 경쟁’이었다. 반도체의 경우 칩 설계는 미국에서, 소재는 일본에서, 설비는 네덜란드에서 하는 등 분업화가 되어 있다. 중국이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에 위치한 기업들과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는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 국가에 분산된 공급망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대응이었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에 대응하면서 이른바 ‘미러링 컴퍼니(mirroring company)’를 만든 것이다. 중국은 반도체 전체 공급망을 해부해 미국에 의존적인 부품을 선별한 다음,미국 기업을 대체할 기업을 자국 내에 정부 주도로 설립했다. 중국은 해외 공급망 중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 때문에 대중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해, 이와 유사한 기업을 중국 정부 주도로 설립했다. 해외의 기업을 마치 거울처럼 똑같이 만든다는 의미로 붙여진 용어다. 국가 간의 갈등이 불거진 것은 미중 전략 경쟁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공급망을 위협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2021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미국은 이를 막고자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행했으며, 서방 국가들은 물론 한국과 일본 역시 동참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중지되었고 러시아와의 무역에 전면적인 차질을 빚게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전면전 양상으로 펼쳐졌다. 이 전쟁이 지옥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후 국제적 갈등이 속속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먼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력 동원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만과 통일하기 위해 군사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후원하는 무장 정치단체 간의 군사적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러한 국제정치적 위험 요소는 탈냉전 이후 구축해 온 가치사슬을 교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통치술 경제안보 개념과 유사한 용어인 ‘경제통치술’(Economic Statecraft)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통치술은 어떤 국가가 경제적인 영향력을 이용해 다른 국가에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고자 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가들이 오랫동안 무역을 지속하는 경우 경제적인 상호의존이 생겨난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이 때로는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있다. 매번 그 국가에서 구해오던 부품이나 자원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치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 부품이나 자원을 팔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갑자기 공급처를 바꿀 수도 없고, 자국에서 해당 부품, 자원을 만들어내기도 어려워 국가 경제가 큰 곤란을 겪게 된다. 결국 상대의 정치적 요구를 수용하면서 해당 부품과 자원을 사올 수밖에 없다. 즉 경제통치술은 국가가 다른 국가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경제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호의존성은 때로는 다른 국가에 압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미국 대통령 선거,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대만해협 위기, 일본의 과거사 문제 등 기업 실적과 맞물려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세계 자유무역경제 질서를 제도화한 WTO 체제가 미국 패권의 상대적 후퇴와 함께 저문 것이다. 이렇게 국제 정세가 복잡하고 불확실한 시대에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물론이고, 개인 투자자들 역시 국제 뉴스를 찾아보며 변화하는 흐름을 빠르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국제 정치망 속에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소재나 부품 등을 조달하는 국제 공급망의 지정학적 위험은 무엇인지 수시로 살펴봐야 한다.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야 투자 관련 의사 결정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며, 손실을 방지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에 최고정치책임자(Chief Political Officer, CPO)를 두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고정치책임자는 기업의 기술, 재무, 인사 부문 등의 최고책임자 외에 정치 분야를 담당하는 최고책임자를 말한다. 지난 2022년 LG그룹은 15년간 백악관에서 근무한 조 헤이긴 전백악관 부(副)비서실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헤이긴은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 소속 대통령 네 명의 재임 시절 백악관에서 총 15년간 근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통상, 규제, 공급망 등 경제안보가 중시되는 국제 정세 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고자 워싱턴사무소를 신설하고, 정치 리스크관리 업무를 책임져줄 인물로 그를 데려온 것이다. » 트럼프 2.0과 동아시아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는 더욱 강해졌다. 먼저 미중 전략 경쟁은 트럼프 1기에서 시작되었고,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했다. 그리고 트럼프의 귀환으로 더욱 격화할 것이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의 제조업이 될 것이다. 제조업은 미국 러스트 벨트 저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이고, 트럼프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약속해 권좌로 복귀했다. 러스트 벨트에 있던 제조 공장들은 중국 등 인건비가 싼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해외 경쟁 제조 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문을 닫았다. 이 지역의 최대 현안은 제조업 일자리로, 결국 미국 대통령은 이 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이때 수혜자는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이다. 미국의 제조업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파격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단 미국의 고립주의가 강화되더라도, 미국은 절대 아시아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미국의 어떤 행정부에서도 바꿀 수 없는 지정학적 조건 때문이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이 안보적인 방벽은 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아시아 대륙과의 연결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부의 운명이 달린 아시아 대륙에서 새로운 그 어떤 패권국의 도전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이 과거와 같은 군사력을 유지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에서 동맹국 혹은 우방국의 군사안보적 역할 확대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은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유지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 바닷길은 미국이 번영을 구가하기 위해 지켜야만 하는 부의 동맥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아시아의 우방국들에 바닷길을 지키기 위한 안보적 역할 분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해군 전력 증강으로 이어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업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이 강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위험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을 상대로 무력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전면전이 발생하지 않더라고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봉쇄하는 군사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는 대만 주변 해역이 중국의 군사적 영향권 안에 들어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바다는 육지와 달리 국경선과 경계가 없으며, 군대를 투입해 점령할 수도 없다. 다만, 그 해역의 화물선, 여객선 같은 선박의 통항을 통제하는 권리인 제해권만 존재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대만에 대한 주기적인 봉쇄 훈련을 실시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해 대만 주변 해역의 제해권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력 사용 가능성은 반도체 공급망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TSMC와 같은 파운드리 기업은 미국의 첨단기술 기업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기업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대만을 에워싼 주기적 봉쇄 훈련은 대만 반도체 제조 기업에는 지정학적 불안 요소다. 반면 다른 반도체 제조 기업에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다만 TSMC는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일본을 비롯한 해외 제조 시설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은 한국에는 해운 물류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다. 한국 제조업은 대만 주변 해역을 통과하는 해상교통로에 대한 물류 비중이 높다. 향후 대만 주변 해역이 중국의 통제를 받게 될 경우 한국의 경제와 산업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대만 주변 해역에 대한 중국의 통제는 전 지구적 공급망을 교란하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첨단산업 부품과 소재를 실은 화물선들이 통과하는 지점이자 특히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해로가 위치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 해역 주변에서 주기적인 통제를 가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대만에 대한 반도체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했을 때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난 한국의 반도체 제조 기업으로서는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만 주변 해역이 봉쇄되면 한국은 우회로를 찾아야 하는데, 이 경우 물류비용이 상승하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다시 세계는 지정학의 시대로 돌아왔다. 지정학의 귀환은 투자자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야누스적 모습을 갖는다. 현명한 투자자는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 투자의 기회를 찾는다. 야누스의 이면을 읽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돈이 돈을 가져오는 어쩌면 기이한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정치와 경제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함께 직조되는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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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강압적 외교 전략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져올 역효과
“트럼프의 강압적 외교 전략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져올 역효과” “How Trump’s Coercion Could Backfire in Asia: Forcing the Region to Choose Sides Risks Pushing It Toward China” 저자 Lynn Kuok 발행 기관 포린어페어(Foreign Affairs) 발행일 2025년 4월 14일 출처 바로가기 2025년 4월 14일자 Foreign Affairs에 실린 린 쿠옥(Lynn Kuok)의 기고문 「How Trump’s Coercion Could Backfire in Asia: Forcing the Region to Choose Sides Risks Pushing It Toward China」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강압적인 대외 전략이 아시아 지역에서 오히려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저자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양자택일적 접근을 취해 아시아 각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제약했으며, 이로 인해 지역 내 미국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초 ‘우방국 투자 패스트트랙’ 정책을 제시하면서, 해당 국가들이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단절할 것을 사실상 요구하였다. 이는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수단으로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을 정치적 진영 선택에 내몰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전략은 동북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 한국 등 미국과의 안보 협력 기반이 공고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일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동북아의 경우, 일본은 미사일 전력 확충과 국방 예산 증액 등을 통해 미일 안보동맹을 심화하고 있으며, 대만도 지속적인 무기 구매와 군사훈련 확대를 통해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미일과의 3자 안보 협의체에 참여함으로써 일정 정도 중국 견제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 역시 중국과의 경제적 의존도가 높고,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과 일방주의적 언행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인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전통적으로 외교적 중립성과 균형 전략을 선호해 온 지역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한 반감이 더욱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2024년 ISEAS–Yusof Ishak Institute의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동남아 국가 국민들 가운데 “중국에 정렬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으며, 2025년 들어 다소 미국 선호가 회복되었으나 이는 남중국해 긴장 고조에 따른 일시적 반사효과일 뿐, 미국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필리핀은 미군 기지 확대와 중국과의 해상 충돌 등을 배경으로 미국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실제 군사적 충돌에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태국은 미국과의 조약동맹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간의 미국의 전략적 방기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증대 속에서 점점 중립적 태도로 기울고 있다. 싱가포르는 미군 주둔과 경제 협력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대만해협 유사시 미군에 전진기지를 제공하는 데에는 극도의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략동반자 관계를 공식화했지만, 중국 공산당과의 제도적 연계와 대미 무역흑자로 인한 제재 우려로 인해 외교적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초 미국이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국에 일괄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한 조치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일본(24%), 한국(22%), 대만(32%)뿐만 아니라, 필리핀(17%), 태국(36%), 베트남(46%), 라오스(48%), 캄보디아(49%) 등에도 동일한 방식의 압박이 가해지며, 미국이 동맹과 경쟁국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의 신뢰성과 책임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고, 일부 국가들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린 쿠옥은 이러한 상황을 “강압(coercion)과 방기(abandonment)의 병행”이라 표현하며, 미국이 일방적인 압박과 동시에 동맹국을 외면하는 태도를 보일 경우, 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는 구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 ‘대거래(grand bargain)’를 통해 아시아에서 전략적 공간을 양보할 경우, 지역 국가들은 고립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다자안보협력의 약화, 미국과의 신뢰 붕괴, 그리고 중국 중심 질서로의 이동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제 분야에서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며, 이로 인해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 중심의 경제권에 더욱 깊이 포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린 쿠옥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지속적인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일방적 압박이 아닌 신뢰 기반의 외교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약속의 이행, 무역과 투자 확대, 외교적 관여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파트너국들의 자율성과 전략적 판단을 존중하는 외교로 구체화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은 오히려 미국의 지역 리더십을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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