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보컴퓨터가 션양으로 간 까닭
션양의 삼보컴퓨터 공장 바닥에는 제조공장에 어울리지 않게 고급 타일이 깔려있다. 99년 외자유치를 위해 션양시가 공장을 지어주기로 했는데, 설계에 들어 있지도 않던 타일바닥이 덤으로 딸려왔다. 또 션양시는 삼보에 납품하기 위해 한국에서 동반진출한 연일전자와 공장벽을 완전히 터 한지붕으로 지어놓아, 트럭으로 날라와 내리고 정리하는 작업이 없어져 공정도 단축되고 비용도 아낄 수 있게 했다.
션양시는 공장위치를 정할 때부터 삼보가 “이곳이 좋겠다”고 하자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공단 조형물을 다른 곳으로 옮겼고, 부지를 가로지르는 멀쩡한 기존 도로도 방향을 틀었다. 삼보측은, “인허가 받으러 돌아다닌 적이 없습니다. 행정수속이 필요하면 공무원이 직접 찾아와 처리해 주더군요. 공장건설이 6개월만에 끝나 날림공사가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실제 들어와보니 거의 완벽합니다.”고 밝혔다.
사실 션양은 처음부터 삼보의 입맛에 쏙 드는 곳은 아니었다. 물류·임금 등 15가지 잣대로 따져본 결과 8개 항목은 통과했지만 7개가 미달이었다. 그러나 션양을 낙점한 것은 시정부의 열성과 파격적인 대우에 끌렸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기업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하이나 광둥성은 한국기업에 특별한 지원을 해줄 이유가 없었으며, 세계 굴지의 대기업 그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 삼보로서는 부담이었다. 물류가 편한 다롄은 일본기업의 위세가 신경 쓰여 피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참에 션양시는 솔깃한 제의를 해왔다. 공장건물을 지어주는 것은 물론 설비리스도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돈으로 따지면 2천5백만 달러 어치로 삼보측 투자분의 2.5배나 되는 셈이다. 삼보는 마침내 99년 3월 션양시와 투자계약을 맺었다.
션양시의 기대대로 삼보는 금방 투자효과를 냈다. 지난해 수출은 3억달러로 션양시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했으며, 근로자도 1천여명을 고용했다. 삼보는 내친 김에 내수에도 진출해 내년말 동북3성에서 베이더팡정(北大方正)·IBM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순조롭게만 진행되면 삼보의 션양진출은 한중 모두가 이익을 내는 ‘윈윈게임’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