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약 5,000여개의 페인트공장이 있다. 한국내 100여개에 비하면 50배나 많은 수치이다. 한국은 4대 메이커를 중심으로 연간 약 40만톤을 생산하는데 비해 중국은 연간 100만톤 정도를 생산하며 매년 약 100만톤 정도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페인트시장의 특징은 내수나 수출을 막론하고 볼륨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이다. 또 중국이 세계의 생산기지로 자리잡아 가고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페인트의 수요가 연 평균 6%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절약형, 낭비 방지형, 수용성 등의 환경 친화적 페인트와 두껍게 칠해지는 high solid형 페인트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중국이 자체 생산하는 페인트는 품질이 낙후되고 수용성 페인트를 아직 못 만드는 단계여서 고급의 용도에는 외제 수입품이나 중국내 합자생산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자동차산업의 발달과 건설공사의 확대로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와 건축용 페인트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조만간 수성페인트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상해에는 외국의 합자투자 공장들이 많아 이들의 페인트 수요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들은 주로 유럽의 페인트를 수입해 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유럽의 페인트 공장들은 유럽 본토 공장에서 쓰는 페인트 수준으로 가격을 높여 놓아 페인트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일본의 니뽄 페인트도 가격이 유럽 수준으로 높게 팔리고 있다.
중국산 페인트는 주요원료인 수지(resin)를 적게 넣은 관계로 접착력이 약해 1년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페인트가 말라 떨어지고 또 색깔을 내는 안료도 저급품을 써서 쉽게 변색되는 폐단이 있다. 그라인딩 수준이 떨어져 칠을 해도 깔끔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상해 정도의 대도시에서는 중국산 페인트를 외면하고 잘 안 쓰고 있다.
고급페인트 수요 높아
흔히 중국을 싸구려 시장으로 생각하는데 중국 내륙은 아직 싼 제품을 많이 쓰고 있지만 상해만 해도 선진국 업체들이 일찍부터 들어와 우수제품을 많이 홍보한 관계로 고급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중국의 페인트시장에는 일본, 미국, 유럽 등 25개의 유명브랜드 페인트가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유럽제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건축용 페인트 시장에서는 일본의 니뽄페인트와 영국의 ICI페인트가 3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90년대 초기에는 한국의 중소 페인트업체들이 한국에서 경쟁력이 약해져 중국으로 진출하였다. 최근에는 대형 페인트업체들이 진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페인트 완제품을 생산하는 투자에 불과하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Resin(페인트 원료 수지)을 생산하는 투자는 투자후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아직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페인트의 생명은 수지에 있기 때문에 수지를 현지생산하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이 없어 페인트를 팔 수가 없다. 수지가 도료 가격의 70%까지 차지하기 때문에 수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품질이 불안정하고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앞으로 중국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반드시 수지공장을 건설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페인트용 수지 공장들은 광동성에 집중되어 있으며 유럽기업들이 많이 투자진출해 있다. 대만업체인 長城도 수지공장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니뽄페인트도 상해 포동의 페인트공장 옆에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여 수지공장을 짓고 있다. 초기에는 알키드 수지를 생산하고 점차 에폭시 수지, 우레탄 수지 등 단계별로 고급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과 한국시장의 차이
중국시장은 DIY형태의 시장으로 대형 할인매장식의 창고형 매장이 크게 발달되어 한국보다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아파트의 분양도 골조만 건설해서 분양하고 내부장식은 건설업자가 아닌 소비자들이 직접하는 차이가 있다. 건자재 판매 마케팅은 개별 소비자들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관계로 유통시장이 대단히 발달되어 있다. 영국이 투자한 BNQ 건자재시장은 창고형 건자재 슈퍼마켓으로 한국인의 시각에서 볼 때 없는 것이 없어 깜짝 놀랄 정도의 대규모 시장이다.
우리 페인트는 아직 BNQ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금을 팔리고 난 다음에 주기 때문에 통상 납품하고 한달 뒤에야 돈을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현지 공장이 있으면 납품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공장이 없어 납품이 곤란하다. 또 페인트는 상품의 특성상 시공을 같이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매장을 통해 팔기 곤란한 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상해에 페인트 딜러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적당한 딜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의 페인트 유통구조는 생산공장에서 대리점 그리고 시공업체(대개 판매상이 시공업체를 겸임)에게 판매되는 형태이지만 중국의 유통구조는 생산공장에서 대리점 그리고 자재시장으로 직접 판매된다. 중국에는 도장의 시공업체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중국시장 진출의 어려움
중국시장에 페인트를 팔며 느끼는 어려움은 중국측 바이어가 산다고 계약을 체결해 놓고 수입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행위로 수출상은 팔지 못하는 재고를 안고 고생하게 된다. 답답한 것은 중국의 바이어들이 사소한 실수를 트집잡아 오히려 책임을 수출상에게 떠 넘겨 버린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실상을 잘 이해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페인트는 색상이 매우 중요하다. 생산공장에서 모든 칼라를 다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칠하는 현장에서 색깔을 맞출 수 있도록 조색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에선 조그만 페인트 가게에도 조색기가 설치되어 있고 상해만 해도 자동 조색기가 웬만한 곳은 다 설치되어 있는 수준이다. 대형의 페인트 판매회사들은 모든 매장에 조색기를 임차 또는 지원해 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컴퓨터 조색기는 약 2,000만원 정도로 비싸서 한국의 페인트회사들은 조색기를 나주어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산 반자동 조색기도 약 12,000元(한화 180 만원 상당) 정도이다. 즉, 상해에 우리 페인트를 수출하려면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우리기업들의 자금력과 기술력 부족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의 무어웨어페인트도 일본의 니뽄페인트만큼 마케팅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판매액의 5% 정도를 마케팅에 투자한다고 한다. 니뽄페인트는 TV 광고, 거리 입간판 광고, 버스 외부 광고 등 활발한 광고활동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페인트기업들은 아직 대규모 광고를 할만큼 진출해 있지 못하고 또 마케팅 투자를 비용이라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과감한 투자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상품을 중국에 팔려면 국가지명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의 고급 페인트가 미국의 이름없는 페인트보다도 낮게 평가되어 팔지 못하는 억울함을 겪기 때문이다. 서구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데 반해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 이익 추구에 급급한 상황이다.
참고로 상해 지역은 바이어들이 수입대금의 일부를 T/T로 선입금하는 것을 회피한다. 후불하는 것은 가능하나 선불은 못한다. 아마 은행에서 선불을 허가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기업들이 선수금을 받지 못하고 수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내수판매 애로사항
상해시장에서는 세계 굴지의 페인트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중국 수요자들이 한국의 4대 메이커제품을 중급 정도로 평가하고 있어 고급의 바이어들에게는 한국 페인트를 팔기 어렵다. 미국제품을 수입해 쓰기 때문이다. 브랜드 밸류가 없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다.
페인트는 종류가 2만여 가지나 되는 방대한 제품이다. 많은 종류를 팔려면 각 품종을 소개하는 카타로그를 갖추어야 하는데 한국의 페인트 소개 카타로그는 미국, 일본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 종이의 지질뿐만 아니라 페인트의 성분 분석자료, 시험결과의 소개 등이 대학생과 초등학생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유럽의 페인트를 써본 중국 바이어들은 바로 이러한 상세한 분석자료를 요구하는데 반해 한국기업들은 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팔던 실력으로는 국제시장뿐만 아니라 중국시장에서도 팔기 어렵다. 문제는 우리기업들이 국제적 수준의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조차 없다는 점이다.
페인트는 반제품이어서 쓰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사용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조직과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중국 현지에 공장과 기술자가 없다 보니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 단 한번 신용을 얻고 팔리기 시작하면 물량이 크기 때문에 해볼만한 시장이다.
중국시장 진출방안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면 우선 시장의 판매구조를 이해하여야 한다. 그리고 품종과 어느 정도의 고급품을 공급할 것인지를 결정해서 진출해야 한다. 공장을 건설하기 전에 반드시 유통망을 어느 정도 확보해두고 진출해야 한다. 중국에 투자공장을 설립할 때는 반드시 외국으로 수출되는 고급 페인트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중국 내수제품에 공급할 경우에는 대금회수를 못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먼저 공급할 곳을 확보해 두고 진출하는 것이 안전하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니뽄페인트는 워낙 광고비를 많이 들이기 때문에 판매상들이 팔기는 쉽게 팔 수 있어도 마진이 적기 때문에 일반 딜러들은 팔기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가격을 좋게 받으며 딜러들에게 높은 마진을 주어야 팔기가 유리한 편이다. 영국의 ICI 페인트는 중국에서 생산하며 일부 고급제품을 본국에서 수입하여 팔고 있다. 앞으로 중국에서 투자하여 생산하게 되면 소비자들로부터 "중국에서 생산했는데 왜 가격이 비싸냐"라는 가격 인하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약 3∼4년 정도가 지나면 우리 페인트를 중국에 수출하기 보다 중국산 페인트를 사가야 할 판이다. 하루 빨리 중국에서 생산하여 한국으로 가져가고 중국 내수시장에도 팔아야 한다고 본다. 특히 페인트는 노동집약이 아닌 장치산업이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부가가치, 고기능성의 제품을 가지고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이미 상해, 광주에 사무소를 개설하였고 조만간 대련에도 사무소를 개설하여 유통망을 개척할 예정이다. 유통망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현지 공장을 건설하고 수지공장도 투자할 계획이다. 수지공장은 건설하기도 어렵고 또 생산한 수지를 내수시장에 팔기도 어렵다.
한국내에 수지공장을 직접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수지공장을 건설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수지를 페인트 공장에 납품하면 샘플 테스트 기간이 1년정도 걸려 처음에는 팔기가 어렵지만 일단 니뽄페인트나 악조노벨 등에서 한국의 수지를 써주면 그 다음부터는 쉽게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