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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과열의 본질

  • 저자

    박한진

  • 출처

    KOTRA

  • 발행일

    2004-02-27

  • 등록일

    2004-02-28


중국식 과열의 본질
소비형 과열과 투자형 과열, 그리고 투기형 과열의 문제

지난 해 중국은 사스(SARS)란 돌발 변수 속에서도 9.1%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대외교역이 8,516억 달러로 전년대비 37.2% 늘었고 외국인직접투자(FDI) 누계 금액은 실행기준으로 5,055억 5,3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1%를 밑돌았다. 올들어 1월 중 CPI가 연중대비 3.2% 상승했다고 하지만 식료품 가격이 주도했고 공산품 가격은 하락해 실제 전체 물가는 완만한 상승세다.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경기과열을 우려해 금리인상에 나서야할 상황은 아닌 듯 보인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고성장-저물가는 가장 이상적인 현상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적인 경제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비전형적 측면도 있다. 지금 중국 경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과열이다", "아니다"의 논쟁도 이 같은 비전형적 측면 때문이다.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인 까닭에 과열인지 아닌지의 판단이 어려운 것이다.

종래 경제이론에 따르면, 경기가 일단 과열되면 물가가 지속 상승한다. 실업률이 떨어지고 상품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생산부문에선 병목현상도 나타난다. 이는 소비가 왕성해지고 사회 총수요가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생기는 까닭에 '소비형 과열'이라 할 수 있다.

소비형 과열을 잡는 방법은 물론,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가격상승을 제한하고 긴축재정으로 가는 것이 전형적인 처방이다. 그러나 아직은 저물가에 민간소비도 결코 왕성하다고는 볼 수 없는 중국의 현 상황은 소비형 과열과는 분명 다르다.

기술의 발전과 생산능력의 제고로 과거와 같은 만성적인 공급부족 국면이 이제 사실상 사라졌다. 경기과열도 소비수요 측면에서 발생한다기 보다는 투자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투자가 과열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른바, 투자형 과열이다.

투자형 과열은 여러 측면에서 중국의 현 상황에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 중국은 현재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고조기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도시화 건설 측면을 보자. 수 많은 소도시가 중대형 도시로 빠르게 바뀌고 있고 대도시는 거대 도시군(mega-cities)으로 발전하고 있다. 도시화는 필연적으로 대량의 투자를 수반하고 중국 전역을 놓고 보면 과잉중복 투자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다음으로, 중국 전역에서 일고 있는 개발구 열기도 투자확대 요인이다. 중국은 일정 규모 이상에 달하는 개발구만도 전국적으로 약 3,800여 개에 달한다. 물밀 듯이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도 개발구 붐을 일으키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종래 경제이론에 따르면, 과도한 투자는 과도한 소비수요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투자형 과열론도 중국의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결국, 중국의 현실은 새로운 형태의 경기과열로 봐야 할 것이다. 바로 투기형 과열이다. 대개 4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핫머니를 꼽을 수 있다. 위앤화 평가절상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현재까지 중국에 들어온 핫머니는 300억∼400억달러 선으로 추정하는 시각이 많다. 핫머니의 유입 경로와 규모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어 일반적인 추측을 따르기 보다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Analysis 핫머니, 얼마나 뜨거운가 참조]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 중국에 들어온 핫머니는 선물과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상품으로 바뀌어 시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위앤화의 평가절상을 기대하고 들어온 핫머니지만 그 규모가 늘어날수록 평가절상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며 사회 전반에 걸쳐 투기심리를 높혀 놓기 마련이다.

둘째는 부동산이다. 중국의 부유층과 해외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에 들어와 집 값을 잔뜩 올려놓았다. 3년 전만 해도 홍콩의 호화주택 가격은 상하이의 8배 정도였지만 이제는 3배 정도로 축소됐다는 것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셋째,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전매 행위가 성행하는 현상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과도기적인 경제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중국은 시장참여자의 구성이 복잡하다. 계획경제를 막 벗어나 시장경제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수 많은 국영기업과 중국시장에 진입한지 오래되지 않은 외국인 투자기업, 여기다 시장경제 시스템에 근접하고는 있지만 중국 전통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민영기업이 혼재돼 있다. 서로 다른 시장 참여자들은 경제적 사고도 서로 다르다. 이러한 구조가 시장정보 전파시스템이 미비돼있는 상황과 결합해 투기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투기성 과열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부 영역에 집중돼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일부 상품가격은 올라가지만 전체 물가 상승을 동반하지는 않으며 전통적인 의미의 통화팽창도 유발하지 않는다.

지금 중국이 그렇다. 당국이 당장의 정책적 처방보다는 제도와 시스템 개혁에 보다 초점을 맞추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돈 줄을 죌 곳은 죄겠지만 풀어야 할 곳엔 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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